개헌의 방향은 ‘국민주권 확대’

고하승

| 2016-10-10 14:53:29

편집국장 고하승


야권에 이어 여권에서도 개헌론이 ‘솔솔’ 불거져 나오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세론’으로 이미 판이 기울어진 야권에서는 판을 흔들기 위한 방안으로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차기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가 독주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추미애 체제’의 출범으로 친문(친문재인)계가 사실상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당내 경선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헌을 매개로 판을 흔들지 않고서는 문 전 대표와의 대권 경쟁은 그 결과가 너무나 빤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개헌을 금기시했던 여권에서도 기류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미 ‘개헌론’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는 소리도 들린다.

10일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가 최근 청와대 관계자에게 ‘정기국회에서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법안과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데 원내대표로서 쓸 카드가 없다. 개헌특위 구성은 받아야 한다’는 뜻을 전했고, 이에 청와대 측은 ‘정 원내대표가 알아서 하라.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지장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도 이날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정기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을 잘 마무리하면 개헌특위를 구성할 수 있다”며 “대통령 중심제는 이미 한계가 왔으니 국민들의 정치 걱정을 덜어드리려면 근본적인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청와대가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라며 반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개헌을 논의하겠다는 데 (청와대가) 막을 방법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대표도 지난 9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학계와 국민의 참여로 개헌 논의를 시작해 정치권 합의로 개헌 추진 방법과 일정을 제시하자”고 한 바 있다.

비박계인 김무성 전 대표도 패권주의 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헌 관련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따라서 내년 대통령 선거 이전에 ‘개헌’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사실 여야 정치권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압축되는 5년 단임제의 폐해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개헌의 방향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은 만나는 사람마다 정치 걱정을 하는데 독일 국민은 1·2당이 연정을 하는 안정된 성숙한 정치체제에 걱정 없이 발을 뻗고 잔다”며 사실상 ‘독일식 연정론’을 제안했다.

이는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의 ‘내각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는 5년 단임만도 못하다”며 “내각제로 개헌해야 경제민주화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각제 개헌을 위해 전력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4년 중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로 가는 것이 더 안전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추려면 4년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며 4년 중임제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내각제는 아직 시기상조이고, 대통령 중심 4년 중임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는 점에서 역시 부정적이다.

바람직한 권력구조 개편방향은 ‘분권형 대통령제’다.

단순히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나누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주권을 확대’하는 형태의 분권형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만간 강진에서 내려와 정계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최근 ‘국민지대’를 구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국민주권시대’를 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잘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대폭 강화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대통령과 총리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제4의 권력’을 만들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정계복귀 첫 일성은 여당만을 위한 ‘정권재창출’도 아니고, 야당만을 위한 ‘정권교체’도 아닌, 오직 국민을 위한 ‘국민정권시대 개막’이라는 새로운 선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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