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고하승
| 2016-10-17 09:00:00
12일 현재(오후 6시 기준) 공직선거법 위반을 포함해 각종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의원은 모두 28명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강길부·이군현·황영철·김종태·김한표·장제원·권석창·박성중·박찬우·이철규·장석춘 의원 등 11명이 기소됐으며,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추미애 당대표를 비롯해 김진표·윤호중·이원욱·진선미·강훈식·김한정·박재호·오영훈·유동수·최명길 의원 등 11명이 기소됐다. 국민의당은 박준영·박선숙·김수민·이용주 의원 등 4명이, 무소속은 서영교·윤종오 의원 등 2명이 기소됐다.
그런데 추미애 대표가 기소자 명단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야권은 지금 벌집을 쑤신 듯 난리가 났다.
실제 추미애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저를 포함한 더민주 소속의원들을 물불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기소했다"며 "최순실·우병우 사건을 덮기 위한 물타기, 치졸한 정치공작이자 보복성 야당탄압"이라고 성토했다.
검찰에 따르면 추 대표는 지난 3월 31일 선거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6대 국회의원 시절 손지열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강남·북 균형을 위해 동부지법을 광진구에 존치해달라’고 요청해 존치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4월 2∼3일 배포한 선거공보물 8만2900여 부에는 ‘16대 국회 때 법원행정처장에게 동부지법을 존치하기로 약속을 받아낸 추미애 의원’이라고 기재했다. 추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법원행정처장에게 존치를 약속받은 것으로 이해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이를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추 대표는 “이것이야말로 허위 조작 기소”라며 “명백한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땅에 떨어진 검찰개혁이 국정 제1과제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다"며 "저는 법에 따라 당당히 응하겠다. 그러나 법을 빙자해 정권비리를 감추려한다면 절대로 좌시하지 않고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제1야당의 대표, 정책위의장, 대변인, 4선급 중진 의원들을 무더기로 기소한 사례가 없다"며 "검찰과 청와대가 제1야당과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가세했다.
더민주 윤관석 수석대변인도 “제1야당 대표를 정조준한 기소라는 점에서 정권 차원의 기획된 야당 탄압”이라며 “정권을 뒤흔드는 측근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것으로 더민주는 박근혜 정권의 야당 탄압에 대해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당도 이런 움직임에 가세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원내정책회의에서 "검찰이 아직도 고리타분한 군사독재시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추 대표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물론 아직은 검찰의 주장이 맞는지 추미애 대표의 주장이 맞는지 알 수 없다. 향후 재판과정을 지켜봐야만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야당 주요 인사들이 추미애 대표를 성역화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추 대표는 자신이 기소된 것에 대해 “정치공작이자 보복성 야당탄압”으로 규정했다. 더 나아가 우상호 원내대표는 “제1야당과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규정하고 발끈했다. 심지어 박지원 위원장은 “군사독재시대의 양상”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과연 이런 식의 대응이 올바른 태도인가.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추 대표는 허위 조작 기소라고 하는데, 검찰은 그가 당 대표직을 맡기 전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혐의로 기소한 것"이라며 "야당 대표는 성역도 치외법권 대상도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맞는 말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따라서 제1야당의 대표라고해도 법 위에 군림하려해서는 안 된다. 만약 선거과정에서 법위반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야당의 대표라고해서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겠는가.
자신을 기소한 것을 두고 ‘야당 탄압’이고 ‘보복성 기소’라며 반발하는 모습은 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야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자세가 아닐 것이다. 특히 “검찰개혁” 운운하며, 검찰을 겁박하는 제1야당 대표의 모습이 국민의 눈에 곱게 비칠 리 만무하다.
정말 자신이 아무 죄가 없다면, 그런 사실을 재판과정에서 밝히면 될 것이고,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려 줄 것 아니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것을 인식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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