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도된 “침묵”...지지세력 결집효과 “톡톡”

새누리-국민의당, “대통령 자격 없다” 맹공 퍼붓지만.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6-10-20 11:11:16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07년 노무현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공개한 ‘송민순 회고록' 파문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의도된 행보라는 관측이다.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한 지도자로서 부적절하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지층 결집 효과가 더 크다는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20일 “문 전 대표는 이번 논란이 자신에게 호재는 아니지만 악재도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실제로 새누리당의 공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게 진보야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 전대표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문재인 대 반기문’ 구도가 굳어지는 모양새”라며 “야권의 다른 잠룡들은 이로 인해 뉴스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새누리당은 연일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표명을 촉구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여러 다른 말 하지 말고 2007년 11월 당시의 진실을 고백해야 할 것"이라면서 "비서실장 시절 책임 있게 국정에 임했다면 차라리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2007년 그 당시엔 북한 의사를 묻는게 낫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16년 지금 문재인 전 대표가 책임있는 대선주자라면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여부를 북한에 물어본 일을 포함해 총체적 안보관을 밝히고 국민적 평가를 받는 것이 온당하다"며 "국민은 문 전 대표의 총체적인 안보관을 평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을 지적했다.

나 의원은 “(북한인권결의안은)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기억이 없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일반적인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어떤 상황이 돼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지만, 이 부분(인권결의안)은 우리가 결단하고 결정해야 할 것을 (북한에) 문의했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문 전 대표가 새누리당의 진상규명 요구를 ‘종북론, 색깔론’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해 “그야말로 구태스러운 정치”라고 질타했다.

전날에는 새누리당 염동열 수석대변인이 “문재인은 비겁하게 ‘문재인 지지자’들 뒤에 숨지 말고 진실을 밝히라”며 ‘문재인 때리기’에 동참했다.

그는 논평을 통해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에 따라 문재인 전 대표가 주도한 UN 북한인권결의안 북한정권 결재사건이 밝혀진지도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데 당사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비겁한 태도만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오늘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엔 표결 기권 최종 결정은 표결하기 두 시간 전에야 이뤄졌다고 한다. 부처 간 이견으로 최종 결정이 늦어졌다며 당시 상황도 송 전 장관의 주장과 거의 비슷하게 전하고 있다”면서 “이미, 2007년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이 11월20일 늦게 기권결정을 내렸다고 한 언론 브리핑 사실도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인권변호사 출신이란 분이 북한동포의 인권탄압엔 외면하고, 북한정권에 결재나 받는 사건이 확인되었으면, 그 사건이 자신의 소신이었는지 밝히거나 아니면 납득할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면서 “명백한 진실 뒤에 숨어 기억타령이나 하고, 자신에 대한 잘못마저 모르쇠하며 지지자에게만 호소하는 철지난 색깔론 등 구태공세나 펼치고 있는 모습은 대단히 비겁하고 무책임하다”고 질책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문재인 전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3일간 말씀이 바뀌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명확하게 사실을 밝히는 것이 좋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진실이 무서워 그 뒤에 숨고 싶겠지만,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고, 문 전 대표가 진실을 말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진실 앞에 겸허한 자세가 지도자의 기본 덕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 측이 ‘색깔론’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고 하는 일은 색깔론도 아니다. 진실에 대한 침묵은 긍정이다. 오늘이라도 문재인 전 대표는 진실을 두려워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고, 역사와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그 얘기(회고록 관련)는 안하기로 했죠"라며 답변을 회피했고, 다음날에도 "(회고록 내용과 관련해선) 사실관계는 지금 나올 만큼 나왔으니까 더 말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거리를 두었다.

이에 대해 여의도 정가에선 회고록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송 전 장관의 주장대로 북측에 물어보고 인권결의안 기권을 결정한 것이기에 문 전 대표가 언급을 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7년 당시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 입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북한의 의견을 들었고 이 과정을 문 전 대표가 주도한 게 사실이라면 문 전 대표에게는 크나큰 치명타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가 의혹과 정치적 공방 수준에 머물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답변을 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20일 공개된 여론조사를 보면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매일경제·MBN ‘레이더P' 의뢰로 2016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전국 1,529명(무선 8: 유선 2 비율)을 [대상]으로 조사한 10월 3주차 주중집계에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의 경우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1.3%p 내린 22.7%이고,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은 1.6%p 내린 18.5%를 기록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일간으로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파상 공세가 있었던 17일(월)에는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1.5%p 내린 18.6%를 기록했고, 18일(화)에도 16.6%로 추가 하락했으나, 19일(수)에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국면 전환용 색깔론’으로 강력 비판함에 따라 지지층이 결집, 19.4%로 반등했다.

반면 야권 표를 놓고 문재인 전 대표와 경쟁을 벌이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1.4%p 내린 8.2%로 작년 11월 27일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지지율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10월 17일과 19일 3일간 무선 전화면접(15%), 스마트폰앱(40%), 무선(25%)·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임의걸기(RDD) 및 임의스마트폰알림(RDSP)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전화면접 16.9%, 스마트폰앱 38.7%, 자동응답 5.9%로, 전체 10.4%(총 통화시도 14,739명 중 1,529명 응답 완료)를 기록했다. 통계보정은 2016년 6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일간집계는 2일 이동 시계열 방식으로 17일 1,017명, 18일 1,019명, 19일 1,019명을 [대상]으로 했고, 응답률은 17일 10.3%, 18일 10.4%, 19일 10.4%, 표본오차는 3일간 모두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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