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개헌 반대 “속 보인다”

고하승

| 2016-10-26 09:00:00

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으로 정계개편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제3지대론’에 탄력이 붙으면서 정치권에 격랑이 일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여의도 발 정계개편론은 대체로 분권형 대통령제로 여야의 비주류인 새누리당 비박계와 더불어민주당 비문계를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여권의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 야권의 김종인 전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대표적인 분권형 개헌론자들이다.

특히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6공화국 체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며 ‘제7공화국’ 시대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동안 정계개편 논의에 한발 떨어져 있던 친박계가 박 대통령의 개헌 언급으로 개헌 추진 과정에서 움직일 여지가 생겼다.

결과적으로 야권의 친문계를 제외한 여권의 친박계와 비박계, 야권의 비문계가 모두 개헌논의에 동참하게 되는 셈이다.

사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에 대해선 이미 정치권에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25일 현재 20대 국회의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의결정족수인 200명을 넘어선 것도 그들이 개헌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탓이다.

그런데도 친문계는 여전히 개헌에 대해 부정적이다.

실제 친문계가 장악하고 있는 더민주는 개헌론을 제기한 박 대통령을 향해 “미친 거 아니냐”는 등 막말을 쏟아내며 반대하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 논의는 박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 때문에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는 문제인식이 생긴 것"이라며 "자기 때문에 개헌 논의가 불거졌는데 자기가 발의하는 게 제정신이냐. 미친 거 아니냐"라고 원색 비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추미애 당대표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눈덩이처럼 커져 나오는 ‘최순실게이트’를 덮으려는 ‘순실개헌’이자, 정권연장 음모로 나온 개헌을, 국민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실과 한참 동떨어진 벌거벗은 임금에게 개헌을 맡길 국민 어디 있겠냐”고 조롱했다.

그러면 대체 왜 친문계는 이토록 거세게 개헌을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꾸 포장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반대하니까 추미애 대표가 반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 추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 현안 문제를 다 해결한 후에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말은 물리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즉 문 전 대표가 개헌을 반대하기 때문에 더민주 ‘투톱’이 개헌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물론 박 대통령이 느닷없이 개헌을 언급한 배경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필요한 개헌논의를 아예 원천 차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제7공화국’을 열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손 전 대표는 “개헌은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한 필요조건 중의 하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권력구조를 포함하여 정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불의한 기득권의 횡포와 정치적 비효율로 6공화국 헌법체제의 시대적 소명은 끝났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헌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득권층 비리를 덮으려는 정치적 술수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헌법상의 권한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관한 주도적 역할에서 일체 손을 떼야 할 것이다. 그것이 개헌을 돕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정치권이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만 국민의 충분한 참여 없이 정치권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개헌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 ‘국민주권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박 대통령은 개헌논의에서 손을 떼야 하지만, 불의한 기득권 횡포를 저지하기 위한 개헌논의는 마땅히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손 전 대표의 말처럼 ‘국민주권시대’를 열기 위한 국민 참여공간까지 마련된다면 금상첨화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