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영수회담 제안 철회로 ‘뭇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6-11-15 09:51:46
김성태 “제1야당 대표 경솔하고 너무 오만했다”
이상돈 “문재인과 직접적인 교감이 있었을 것”
靑 “일방적 취소 통보 유감”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전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제안했다가 당내반발에 이어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다른 야당의 반대로 자진 철회했다.
실제 민주당 내 비문계 의원들은 "대통령 퇴진 약속을 받아올 수 없는 회담은 필요 없다"며 반대했다.
야권 공조를 논의해온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청와대와 민주당 간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의 주요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뜬금없다"며 취소를 요구했다. 특히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저의(底意)가 의심된다"고 반발했다.
추 대표는 이날 오후 계획에 없던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 설득에 나섰으나 중진들과 비주류 의원들 중심으로 "대통령과의 회담 결정은 방법도 시기도 모두 잘못됐다"고 반발하는 기류가 다수를 이뤘다.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전해철·도종환 의원 등이 "회담을 원위치로 돌리는 건 공당 대표의 신뢰성 문제와 관련 있으니 가서 퇴진 요구를 전하자"고 지원사격에 나섰으나 비문계인 강창일·이상민·노웅래 의원 등은 "우리 당만 가면 야권 공조는 뭐가 되냐"며 철회를 요구, 영수회담 일정은 성사된 지 14시간 만에 철회됐고 추대표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었다.
실제 당내에서는 "추 대표가 취임 직후 지도부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는 결정을 하더니 이번에도 자살골을 넣었다"며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서도 당내 시선이 곱지않다.
회담 성사 배경과 관련, 과거 함께 활동했던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민석 민주당 전 의원 라인이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추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측과의 사전 교감설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비문계 의원들은 "추 대표가 문 전 대표 메시지를 전하러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특히 강창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은 친문 의원 몇몇이 잔머리 굴려서 만든 작품"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반면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최재성 전 의원은 SNS에 "추 대표의 담판 제안은 좋은 방식"이라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새누리당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영수회담의 전격 취소에 대해 “경솔하고 너무 오만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국 혼란과 국정 마비를 즐기는 모습의 야당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박 대통령은 사실상 국민들이 이미 탄핵한 상태나 마찬가지인데, 하루 빨리 대한민국을 안정시키고 중단 없는 국정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1야당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추 대표가)제1야당 대표라는 자기 위치를 굉장히 강조했다”면서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면 뭔가 이뤄낼 수 있다는 일종의 착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추 대표가 당대표 되자마자 전두환 전 대표를 만나겠다고 해서 파문이 있었는데, 그것도 비슷한 것 아니겠냐”면서 “또는 문재인 전 대표와 직접적인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겠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모르겠지만 문 전 대표가 처음에 쉽게 생각했다 나중에 다시 번복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고 부연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양자 영수회담이 철회된 데 관해 유감을 표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 대표 제안으로 국정 정상화와 정국 안정을 위한 대화를 기대했으나 어젯밤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통보해온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 대변인은 "앞으로도 청와대는 영수회담이 언제든지 열리기를 기대한다"며 "야당도 정국 정상화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추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통령과의 긴급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 뜻과 다르게 국민과 당원 여러분에게 혼란을 드렸다면 죄송하다. 두 야당에도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담판은 여당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대통령이 민심을 여전히 직시하지 못하고 오판할 경우, 국민과 국가의 고통이 심각한 재앙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1야당대표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며 회담 추진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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