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분당, ‘초읽기’ 돌입 했나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6-12-12 11:35:50

친박, “유승민-김무성과 함께 못해"... '혁신과통합연합' 발족
비박, "강성 친박 탈당하라"....지도부 퇴진 총회 요구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 내에선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 상대를 향해 “당을 떠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사실상 분당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2일 “친박과 비박 간에 화해 가능성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라 이제 남은 건 분당밖에 없는 것 같다”며 “당의 주류인 친박계가 나갈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분당은 비박계의 탈당 실행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고 전망했다.

실제 새누리당 당헌·당규상 현 지도부가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상황을 바꿀 방법이 없다.

특히 50여명 규모의 친박의원들은 11일 대규모 심야회동을 갖고 '혁신과통합연합(혁통)'을 발족하는 등 구체적인 세결집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민경욱 새누리당 대변인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보수의 분열을 초래하고 당의 분파 행위에 앞장서며 해당 행위를 한 김무성, 유승민 두 의원과는 당을 함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과 함께 모임의 공동대표로 선출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모임 직후 개인 트위터를 통해 "진보좌파가 이 혁신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며 "낡은 정치,경제, 분단의 틀이 위기의 근원이다. 이 낡은 틀을 혁신하지 않고 위기 극복은 요원하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대처나 레이건이 보여준 것처럼 건강한 보수만이 감당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비박계도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황영철 의원은 이날 친박계가 주도한 '혁신과통합연합' 발족에 대해 "반혁신 반통합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겉으로만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납득하겠나"라고 비판했다.

황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그분들이 무엇을 혁신하겠다는 건지, 통합을 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안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당의) 인적쇄신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빨리 새로운 비대위원장과 비대위를 구성해 국민들한테 새누리당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지금 해야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인적쇄신' 관련 질문에 대해 황의원은 "탄핵에 반대한 모든 분들이 나가라는 뜻은 분명히 아니다"라며 "최순실 국정농단을 옹호해 온 사람들, 당을 사당화시켜 순수하게 보수정당으로서 우리 당을 지지해 온 많은 분들에게 아픔을 준 (분들), 지난 총선 패배 이후 지속적으로 패권주의와 사당화를 만들어내는 데 앞장선 사람들, 탄핵 국면에서 민심에 배반한 행동을 앞장서서 보였던 분들은 추려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전날 비상시국회의 과정에서 언급됐던 비박계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그런 의견이 있었으나 잘못한 사람이 나가야지 왜 우리가 나가야 하느냐. 우리는 끝까지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비박계 정운천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도저히 안 될 경우 (비박계가)탈당을 하든지 해서 새로운 창당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정의원은 “8년 전 농식품장관 할 때 광우병 파동 당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모든 것은 문제가 있으면 권한만큼 책임을 지고 물러나줘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새롭게 재창당을 하든 이달 말 안에는 결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비박계의 탈당 결행이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탄핵 표결 과정에서 비박계에 줄 선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신의 금배지를 포기하지 않는 한 탈당이 여의치 않다.

게다가 초재선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분당에 회의적이다.

일부 의원이 집단탈당을 결행하더라도 동참할 의원의 수는 극히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선도탈당’을 했지만, 그 누구도 그 뒤를 따르지 않은 것과 같은 사례가 재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로 인해 비상시국회의도 결국, 전날 총회에서 ‘당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무성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집단탈당을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에 남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 정두언 정태근 전 의원 등은 전·현직 탈당 의원 모임을 갖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전날 국회에서 회동한 뒤 "신당은 새로운 가치에 공감하고 국민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문호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 그대로 남아 있는 비박계를 향한 손짓인 셈이다.

한편 전날 비상시국회의 총회에는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현역 의원 27명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원외인사 26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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