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탈당파, '유승민 암초'에 좌초하나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6-12-26 10:08:18

좌클릭 전횡에 반발, 일부 이탈로 35명 탈당 차질
인명진, “누가 누굴 손가락질 할 상황아냐”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당초 35명이 합류하기로 하고 집단탈당을 결의에 나섰던 했던 새누리당 탈당파의 행보가 ‘유승민’ 암초에 27일 1차 탈당 대열에 합류하는 의원은 30명 안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1일 1차 탈당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35명 중 4명은 '27일 탈당' 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심재철(5선, 안양 동안을)·강석호(3선,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은 1차 탈당이 어렵다는 입장이고, 박순자(3선, 안산 단원을)·장제원(재선, 부산 사상) 의원은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특히 심재철 국회부의장 등 일부는 신당이 추구하는 정책 노선에 대한 이견 때문에 최종 결단을 앞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의 정강·정책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앞서 법인세 인상, 사회적경제기본법 처리 등 경제 현안에서 ‘좌클릭’을 예고한 상태다.

심재철 부의장 측은 “비주류 전체 모임에서 유 의원이 신당의 정강·정책을 주도하는 데 합의한 적이 없는데 신당을 ‘유승민당’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중진 탈당파 의원은 “현재 신당의 두 축은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인데 김 전 대표는 외연 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고, 유 의원은 ‘개혁적 보수’의 노선 정립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라며 “유 의원의 요구를 김 전 대표가 수용해 두 사람은 최근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로 신당 노선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은 신당의 정강·정책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하게 됐고, 김세연 의원 등 유 의원의 측근 그룹이 세부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승민표 경제정책이 보수 진영 내부에서 폭넓게 인정되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유 의원이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의 경우, 정부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지원하는 내용과 사회적 경제 발전기금을 설치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어 보수 측 인사들로부터 “사회주의자”라는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또한 대기업의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을 강화하거나 법인세율을 인상하자는 주장은 여권보다는 야권에서 더욱 공감을 얻는 정책이어서 전통적인 보[수성]향의 의원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심재철 의원은 “우리가 유승민 개인당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라며 “유 의원이 주장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나 법인세 인상 등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장제원 의원 역시 “신당은 빅텐트를 만들어 대선 후보를 만들자는 건데 유 의원의 가치 중심 노선은 거기에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라며 “7~8명 정도가 27일 탈당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유 의원 측은 김무성 전대표의 외연확대 노선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무성 전 대표 측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이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신당에 영입해 중책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에 난색을 표하고 나선 것이다.

유 의원의 한 측근은 “두 사람이 당의 전면에 나서게 되면 ‘친이당’이 되고 만다”며 “어렵게 만든 신당의 이미지가 흐려진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표적 친이계 인사인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끄는 늘푸른한국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한편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이날 비박계의 집단 탈당을 주도한 유승민 의원에 대해 "유승민 의원이 '누구 나가야 한다', '바꿔야 된다'고 했는데, 그 사람들(친박)이 볼 때 책임의 경중은 있을지 모르지만 '당신도 책임이 없는 사람이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인 내정자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유승민 의원만 하더라도 정당 생활을 새누리당에서 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특히 인 내정자는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얘기냐'는 질문에 "그게 사실 아니냐"고 답변했다.

이어 "우리가 같이 쇄신을 하면 모르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다 같이 잘못하고 과오가 있는데 당신들만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유 의원을 질책했다.

그러면서 집단 탈당을 선언한 비박계에 대해 "사실 나가려고 하는 분들도 책임에 있어서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라며 "서로 노력해서 쇄신해야 될 일이고 서로 책임져야 될 일이지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할 일은 아니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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