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개헌 필요” 주장...개헌론 탄력 예고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6-12-28 15:00:00

손학규 “호헌 주장은 구체체제로 가겠다는 수구”
김동철 “개헌 제쳐놓고 개혁 말하는 건 본말전도”
김부겸 “개헌은 단 한순간도 미룰 수 없는 과제”
박지원 “촛불혁명은 제왕적대통령 권한 줄이는 것”
김종인 “다음에 개헌 하자는 건 새빨간 거짓말”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유력 대선 후보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장을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헌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반면 개헌을 반대해 오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의 입지는 위축되는 모양새다.

실제 27일 새누리당 충북 출신 경대수·박덕흠 ·이종배 의원 등에 따르면 반 총장은 지난 23일 이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개헌은 틀림없이 있어야 하고 현실적으로 내년 대선 이전 개헌이 어렵다면 차기 대통령의 임기 초에라도 이뤄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선 전 개헌을 요구해 오던 개헌파 진영의 움직임이 활기를 띠며 호헌파 압박에 나선 모습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8일 "개헌은 의지와 결단, 선택의 문제"라며 “대선 전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강조한 손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 "광장을 덮은 함성은 박근혜 대통령 내려오라는 것이지만, 그 배경은 '나라의 기존 틀을 바꾸자'는 것인데, 지금 호헌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구체제를 가지고 가겠다는 수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비문 진영과 국민의당이 주축이 된 야권 개헌파들도 개헌에 소극적인 민주당 지도부와 문 전 대표에 대한 공개적인 압박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개헌은 최고의 정치개혁이다. 개헌 제쳐놓고 개혁 말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문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회의에서 "새 헌법은 공정성장, 격차해소 등 시대정신뿐만 아니라 기득권 체제 해체, 경제민주화, 지방분권 등 시대과제를 포함해야 한다"면서 "개헌과 함께 대화·화합·협치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부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5명과 박지원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소속의원 31명, 무소속 3명 등 의원 69명은 전날 국회도서관에서 '미완의 촛불시민혁명, 어떻게 완결한 것인가'는 토론회를 열고, 대선 전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현 시점에서의 개헌을 '권력을 잡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치부하는 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부겸 의원은 "국가 대개혁의 완결은 개헌"이라며 "토론회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개헌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70%를 넘었다. 개헌은 단 한 순간도 미룰 수 없는 국민적 요구이고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개헌을 다음정권으로 미루자는 문 전 대표 측 주장을 언급하며 "개헌 논의보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가 더 시급하고 개헌 논의는 다음 정권에서 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개헌을 통해 국가 대개혁을 완결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합의와 국민적 동의가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미완의 촛불혁명을 어떻게 완결할 것인가? 간단하다. 개헌을 해서 제왕적대통령의 권한을 줄여주면 된다"며 "대선 전 개헌이 이뤄지지 못하면 2018년 지방선거때 새로운 대통령이 개헌을 국민 투표로 부칠 수 있도록 공약하자고 국민의당은 당론을 정했다"며 문 전 대표 압박에 가세했다.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 역시 반드시 대선 전 개헌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지금 경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통상정책에 대한 문제가 적지 않다. (차기 정부가) 그런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다른 것을 할 시간적이 여유가 없다"며 "그때 대통령에게 개헌을 이야기하면 '우리가 개헌 블랙홀 속에 빠지면 당면한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차후로 미루자'고 할 것인데 그러면 개헌은 영원히 물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시간이 없으니 (개헌을) 안 하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할 수 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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