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가 가진 힘, 다시 한 번 ‘재심’이 입증할까
서문영
issue@siminilbo.co.kr | 2017-02-08 18:41:48
실화의 힘은 몰입과 감동이다. 그 진정성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순간 감동은 어떤 것보다 값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14편 중 10편의 영화는 역사적 사실 혹은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결과를 알고 보는 영화에도 함께 웃고, 울며 공감한다. 그렇기에 ‘실화’가 가지는 힘은 크다. 곧 개봉하는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 역시 전북 익산에서 벌어진 택시기사 살인사건 ‘약촌 오거리 사건’을 모티브로 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다.
‘재심’은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 분)과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 분)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휴먼드라마를 담았다. 이 영화는 우리의 아픈 진실이기도 하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한 택시기사가 차 안에서 살해당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기사의 사체는 발견 당시 열두 차례 칼에 찔린 상태였고, 유일한 목격자는 동네 다방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소년이었다. 소년은 사고 당시 스쿠터를 타고 현장을 지나던 중 “한 남자가 뛰어가는 것을 봤다”라고 경찰에 증언했다. 3일 뒤 경찰은 그 소년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리곤 “소년이 택시기사와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그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증거를 인멸했다”고 결론지었다.
김태윤 감독은 전작 ‘또 하나의 약속’(2014)에서도 삼성반도체 사건을 고발했다. 그러나 영화가 거기에서 그치지 않도록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를 전면에 내세웠다. 감독은 영리하게도 매 작품을 통해 실화 영화가 주는 공분과 상업 영화가 주는 인간적인 감동을 적절하게 배치한다.
우리는 공감과 감동이 불러오는 보편적인 정서의 힘을 이미 알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자니 변호사라는 인물을 소재로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던 영화 ‘변호인’(2013)이 떠오른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송우석(송강호)의 외침이 ‘재심’이 주는 메시지와 닮아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렇듯 실화를 바탕으로 관객에게 주는 감동은 흥행 공식 중에 하나로 인정되어왔다. 실제 사건을 그린 이 영화는 사회고발 영화들처럼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불합리한 판결에 대해 다시 한 번 심판을 내릴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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