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탄탄한 연출·빛나는 조연...흥행작 탄생하나
서문영
issue@siminilbo.co.kr | 2017-02-14 08:00:00
이 작품은 지난해 무죄 판결로 세상을 공분케 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여기에 충무로가 사랑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집결해 완성도를 더했다.
‘재심’이 개봉 전부터 흥행작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이유는 명연기, 휴머니즘, 그리고 탄탄한 연출력 때문인 것.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뀌고,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와 살인 누명을 쓴 채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남자가 다시 한 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같은 스토리는 섬세한 연출이 필수적이다. 누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물들의 과정은 과유불급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나치면 몰입이 깨지고, 부족하면 지루해지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재심’은 놀라운 몰입도를 확보했다. 정우, 강하늘은 물론, 한재영-김해숙-이경영-이동휘까지 모든 출연진들이 존재감을 나타냈다. 이는 메가폰을 잡은 김태윤 감독의 출중한 연출력 덕분이다.
현우를 대변하는 변호사 준영 역은 정우가 분해 속물적 접근을 하지만 이후 그에게 적극적으로 잃었던 인생을 되찾아준다. 두 배우의 호홉이 돋보이는 ‘재심’은 강하늘과 정우의 고심이 드러나는 연기로 당시 사건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와 함께 조연배우들의 완벽한 시너지가 빛나고 있다. 김해숙, 이경영, 이동휘, 한재영 등 각각의 배우들은 주변 인물들 그 자체로 동화돼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 걸맞는 이들의 사실적인 연기력이 압권이다.
특히 ‘재심’은 ‘희망’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를 더한다. 극중 캐릭터들이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놓지 않고 달리고 있다. 이는 어지러운 시국과 맞물리면서 더 잔잔한 감동을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김태윤 감독은 ‘재심’ 제작에 앞서 ‘인간적 유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최대한 디테일하게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것으로 원칙으로 삼은 바 있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조연이 살아있고, 연출력이 역동적으로 숨 쉬고 있다.
마치 최동훈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는 인상을 받았다는 영화팬의 목소리도 있다. 그만큼 ‘재심’ 속 미장센과 연기력이 탁월했다는 뜻이다. ‘재심’ 작품의 강점을 중점으로 어떤 흥행 가도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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