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안론’ vs. ‘안희정 대안론’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02-16 15:35:33

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번 대선은 결국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가 맞붙는 구도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그 당을 빠져나온 사람들이 중심이 된 바른정당도 이른바 ‘최순실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그러다보니 언론의 관심은 자연히 민주당과 국민의당 경선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일단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보자면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먼저 ‘문재인 대세론’과 ‘안희정 대안론’이 격돌양상을 보이는 민주당의 경선부터 살펴보자.

‘안희정 대안론’이 탄력을 받으려면 ‘문재인 대세론’이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거나 적어도 대세론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16일 공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세론은 너무나 튼튼하다.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실제 문재인이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3자구도’가 됐든 양자구도가 됐든 압승을 거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문재인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여권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출마하는 3자 가상 대결에서 문재인은 과반에 육박하는 48.1%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다. 황교안(25.6%)과 안철수(19.0%)의 지지율을 합산 것보다도 높은 수치다.

그러면 양자 대결은 어떤가?

역시 문재인이 압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문재인·안철수 양자 대결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49.7% 대 안철수 32.7%로 두 후보 간 격차가 무려 17%포인트에 달했다. ‘없음·잘모름’은 17.6%였다.

문재인·황교안 양자 대결이 이뤄질 경우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문재인 59.6% 대 황교안 28.9%로 문 전 대표가 황 권한대행을 두 배가량 앞섰다. ‘없음·잘모름’은 11.5%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대세론 주자’를 외면하고 ‘대안론 주자’를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안희정이 특별히 문재인 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실제 안희정이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3자 가상대결에서 안희정 49%, 황교안 24%, 안철수 18%로 문재인이 민주당 후보로 나설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안희정 대안론’은 ‘문재인 대세론’을 뛰어 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러면 ‘안철수 대세론’과 ‘손학규 대안론’이 격돌하는 국민의당 경선은 어떤가.

일단 안철수 대세론은 당내에서만 통하는 ‘반쪽 대세론’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실제 여권에 절대 불리한 탄핵정국임에도 3자 가상대결에서 안철수는 문재인은 물론 여권의 황교안에게조차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대결 구도 역시 안철수는 문재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만일 이대로 안철수가 국민의당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본선에선 불 보듯 빤한 ‘패배’가 예상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당 입장에선 ‘대안론 주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침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최근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하고, 국민의당 경선에 뛰어들어 주었으니 국민의당 지지들에게 얼마나 반가운 일이겠는가.

더구나 손학규의 승리는 추락하는 국민의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자들의 기대가 크다.

손학규 의장 역시 “안당(安黨, 안철수 당)이라는 국민의당에서 안철수가 이기면 아무런 감흥도 없겠지만 손학규가 이기면 감동적인 역전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라며 “그로 인해 대선판도가 뿌리 채 흔들릴 것”이라고 자신하는 상황이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절실한 국민의당 경선에선 결국 ‘손학규 대안론’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고, 그로인해 ‘안철수 대세론’을 뛰어 넘는 의외의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변화가 필요 없는 민주당 경선에선 ‘안희정 대안론’이 결국 ‘문재인 대세론’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무릎 꿇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더구나 민주당은 친문패권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정당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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