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당당할 때 아름답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03-02 15:00:00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은 2일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룰’ 협상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국민의당 대선기획단 경선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용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경선룰 관련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 10시부터 9차 회의를 가졌지만 안철수 후보 측이 완전국민경선에 따른 투표소 프로세스와 현장관리방안을 문서로 담보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완전 국민경선 도입에 합의하고 국민여론조사 조정 협상에 나서려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제기는 적절치 않기 때문에 국민의당 경선룰 협상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안전성을 문서로 담보해달라는 안 전 대표 측 요구는 너무 무리한 것이어서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용호 의원은 "경선룰이 합의되면 (안전성을) 100% 완수하기 위해 당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문제인데, 협상 과정에서 미리 담보 문서를 달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요구"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 중순부터 순회경선을 시작해 오는 25일이나 26일께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는 구상에 차질이 예상된다.
그동안 국민의당 경선룰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안철수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당장 여론조사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실제 안철수는 현장투표 40%+여론조사 30%+공론조사(배심원제) 30% 반영을 안으로 제시했는데, 공론조사의 경우 배심원단을 무작위로 선출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장 투표 40%에 여론조사 60%의 비율로 후보를 선출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런데 여론조사가 맞지 않는 사실은 이미 지난 4.13 총선에서 입증된바 있다.
여론조사에는 약 90%에 달하는 무응답층, 즉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까닭이다.
더구나 여론조사가 현실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라면 문재인은 안철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안철수 양자대결의 경우 문재인이 안철수보다 적게는 10%안팎에서 많게는 20~30%가량 뒤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안철수는 “문재인과 안철수가 맞붙으면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여론조사 결과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경선에서 그런 여론조사, 그러니까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타나는 여론조사를 경선에 도입하자는 주장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여론조사에 집착하는 그런 모습이 전혀 안철수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문서로 담보해달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했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혹시 ‘국민의당=안철수 당’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만일 그런 생각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더불어민주당=친문당’이라는 인식 때문에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한 자신의 행보에도 반하는 것으로 당장 떨쳐 버려야 할 것이다.
안철수는 지난 4.13 총선 당시 민주당의 ‘후보단일화’제의를 일축하고 당당하게 독자노선을 걸었다. 그 결과 국민의당은 양당 기득권체제를 깨뜨리고 원내 제3당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원칙을 지키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안철수의 모습에 국민들도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었다.
그런데 이번 협상과정에서 그런 안철수의 당당한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안철수답지 않게 실망스런 모습만 보였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안철수의 의지가 아니라 그를 대신해 협상테이블에 앉은 대리인들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 책임은 전적으로 안철수가 져야 한다. 그러니 이제라도 안철수는 협상테이블에 다시 앉아 국민 앞에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말하지만 안철수는 당당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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