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홍준표, ‘거짓말 대통령’ 후보?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04-23 11:49:59
편집국장 고하승
대선 막판에 불거진 이른바 ‘송민순 문건’과 ‘돼지흥분제’라는 꼴사나운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색깔론도 아니고, 여성비하도 아니다.
바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의 ‘거짓말’ 여부다.
앞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발간된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2007년 유엔의 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 당시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우리 측 입장 결정에 앞서 북한 측에 사전 문의한 사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처음에는 ‘기억이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기권 결정을 통보 한 것’이라고 하는 등 수차례나 말을 바꾸었다. 그 과정에서 송민순 전 장관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도 했다.
그러자 참다못한 송 전 장관이 문 후보의 주장을 반박하는 문건을 지난 21일 공개했다. 2007년 당시 싱가포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받은 청와대 문건과 노 전 대통령과 면담 직후 기록한 10년 전 자신의 수첩을 공개한 것이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문재인 캠프 진성준 TV토론단장이 “사실이라 해도, 북한의 입장을 직접 물어 확인한 것이 뭐가 문제냐”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같은 날 문재인 후보 역시 "선거 때가 되니 또 색깔론, 종북몰이를 하는데 지긋지긋하지 않냐"고 쏘아붙였다. 사실상 이번 ‘송민순 문건’을 북풍, 혹은 색깔론으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나의 국가안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를 ‘색깔론’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그동안 여러 차례 말을 바꿈에 따라 이제는 ‘거짓말’ 여부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마당이다.
바른정당의 지상욱 대변인단장 역시 "북측 입장이 담긴 송 전 장관의 메모를 '개인 메모'라 일축하더니 이제는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이라며 "불리하니 힘으로 입을 막아보겠다는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이른바 ‘돼지흥분제’라는 낯 뜨거운 변수도 등장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홍 후보는 지난 2005년 펴낸 저서 '나 돌아가고 싶다'에 '돼지 흥분제 이야기'를 소제목으로 대학교 1학년이던 1972년 친구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돼지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했으며, 홍 후보가 친구들과 함께 이를 구해줬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난리가 났다.
국민의당 전국여성위원회는 23일 "여성에 대한 인권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홍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시인하고 조속히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통령 후보측 이지현 대변인도 "뇌물수수 형사피고인, 성폭행 미수 공동정범인 홍준표 후보는 정신치료가 급선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홍릉에서 하숙하면서 S대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었다"며 "내가 관계된 게 아니라 S대 학생들끼리 한 이야기를 내가 관여하듯 해놓고 내가 후회하는 듯이 정리되는 포맷"이라고 해명했다.
그의 해명이 영 미덥지 못하지만 설사 그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서전에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양 거짓말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조기대선이 실시되는 것이니만큼. 모든 후보들의 자질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송민순 문건’과 ‘돼지흥분제’ 사건만큼은 모든 유권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거짓말 대통령’이 나오는 일만큼은 막아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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