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결혼 전 구매한 TV부순 남편에 “재물손괴죄 해당 안 해”
고수현
smkh86@siminilbo.co.kr | 2017-05-07 16:19:52
[시민일보=고수현 기자]헌법재판소가 아내의 잔소리에 격분해 자신이 결혼 전부터 쓰던 TV 모니터를 부순 남편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인천에 거주중인 이 모씨가 검찰이 자신을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한 것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기소유예 처분은 이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어 “민법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규정한다”며 “TV 모니터는 이씨의 고유재산으로 인정되는 만큼 이를 망가뜨렸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재물을 손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비록 이씨가 결혼한 뒤 부인과 TV 모니터를 2개월간 함께 썼지만, 그동안 모니터의 소유권이 부인에게 넘어갔거나 공동 소유로 변경된 정황도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새벽 4시경 까지 TV로 무료 영화 및 드라마 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부인이 “여자 연예인 광고 팝업이 나오는 게 싫으니 검색하지 마라”는 짜증 섞인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해 모니터를 부셨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남편의 재물손괴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으나 이씨가 이에 불복해 헌법 소원을 냈다.
이씨는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망가뜨리는 범죄인데, TV 모니터는 결혼 6개월 전 중고로 15만원에 산 내 고유의 재산이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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