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토치타워’ 화재…영화 ‘타워’ 현실로? 한국도 위험하다

서문영

issue@siminilbo.co.kr | 2017-08-04 08:43:59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86층짜리 건물 ‘토치타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초고층 건물 화재에 대한 우려가 높다.

BBC방송 등은 4일 토치타워에서 발생한 화재가 건물 외벽을 타고 점차 번지고 있으며 파편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화재는 토치타워 한측면의 하단에서부터 꼭대기까지 모두 번진 상태로 불길이 옆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UAE 소방당국은 주민들을 대피 시키고 있으며 화재 진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치타워’는 2011년 완공됐으며 총 676가구가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 마리나 요트 선착장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2015년 2월에도 대형 화재가 났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방송 등을 통해 퍼진 화재영상은 2012년 개봉한 국내 영화 ‘타워’나 1974년 개봉한 고층 건물 화재 재난영화 ‘타워링’을 연상시키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재난으로 그려진 초고층 건물 화재가 두바이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행 건축법상 층수 30~49층 건축물은 ‘준초고층’ 건물에 속하고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 건물은 ‘초고층’ 건물에 해당한다. 매년 초고층 건물이 경쟁하듯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화재 대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2010년 10월 발생한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4층 미화원 탈의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발생한 지 30여분 만에 건물 38층까지 번졌다. 불길이 완전히 잡히는 데 7시간 가량이 걸렸다.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초고층 건물에서의 화재가 대형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초고층 건물의 경우 화재에 취약한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재발생시 소방인력의 신속한 접근이 어렵다는 점. 현재 국내 일반 소방차에 탑재된 고가사다리는 최대 높이가 46m로 이는 일반 아파트 18층까지 전개할 수 있는 길이다. 부산소방본부가 보유한 국내 최고 높이(72m) 사다리차도 24층 높이가 한계다.

구조헬기도 접근이 쉽지 않다. 초고층 건물 주변에는 불규칙한 바람인 와류가 발생하고 안개·구름 등이 일반 건물보다 짙게 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꼭대기 층을 전망대나 첨탑으로 만들어 헬기착륙장이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여기에 초고층 건물은 대체로 도심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주변 교통이 혼잡하고 소방차 진입로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 역시 화재 진압의 걸림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초고층 건물 화재에는 무엇보다 예방과 대비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5월 진행된 서울 여의도 63빌딩 대피훈련과 같이 실제 상황을 가정한 대대적인 체험식 훈련이 확대 실시돼야 한다는 것.

또 미국의 EAP(Emergency Action Plan·비상대처계획) 담당자처럼 초고층 건물에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재난관리자를 층별로 배치하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