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정당 ‘흡수통합 꿈’ 버려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09-07 16:22:16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은 7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전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를 지적한 점, 복지포퓰리즘의 위험성을 지적한 대목은 어제 우리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밝힌 진단과 해법의 방향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문재인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수정 방향을 제시한 데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단과 해법이 같다는 것은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협력해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이 제기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다층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방안이 안보불안에 빠진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데 공감한다"며 "수도권에 대한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정부가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두 당은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두 당이 ‘제3의 물결’이라는 대의명제 아래 본격적인 통합문제를 논의할 시점이 된 것 아니겠는가.
사실 두 당이 통합하려면 바른정당의 대표적 자강론자인 이혜훈 의원이 대표직을 사퇴한 지금이 적기다.
이혜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 전체회의에서 "야당 대표로서의 막중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한 불찰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바른정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 내의 자강론자들이 힘을 잃고 통합론자들이 힘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자강에 무게를 뒀던 이 대표가 물러남에 따라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바른정당이 당장 한국당과 통합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국민의당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면, 바른정당도 못 이기는 척 ‘덥석’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생각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중도 통합의 중심 정당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원외지역위원장 원탁회의에서 “우리가 중도 중심으로 우뚝 서는 정당이 되면 많은 분들이 우리 당과 함께 할 것이다. 그것을 통해 훨씬 더 큰 국민의당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마디로 ‘중도 통합’을 통해 제3지대 정당을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국민의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바른정당이 백기를 들고 오면 흡수통합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홍준표 대표의 생각과 다를 바 없는 매우 오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지율 10%도 안 되는 정당의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모든 걸 내려놓고 대등한 입장에서 오히려 상대 당을 배려하며 통합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낮은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거대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맞서 싸우려면 제3지대 정당도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거대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양당제체로 복귀하는 걸 막을 수 있고, 다당제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다면, 제3지대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고, 결국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져 단숨에 제1야당의 위치에 올라 설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당내 중도 성향 인사들의 이탈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나아가 민주당 내 비문.비노 세력까지 동요할지 모른다. 안철수 대표가 진정 다당제 정착을 바란다면, 위기에 처한 바른정당을 흡수통합 하겠다는 허황된 꿈을 버려야 한다. 그것이 ‘제3의 물결’을 지방선거에서 태풍의 눈으로 만드는 비책 중의 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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