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 중 순직 소방관에 '보상금 지급거절' 지자체 패소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17-10-15 16:07:42

[시민일보=여영준 기자]산불 진압에 나섰다가 숨진 진화대원의 보상을 미룬 지방자치단체가 소송에서 패했다.

청주지법 행정부(양태경 부장판사)는 15일 충북 괴산군의 산불 진화대원으로 일하다 숨진 A씨(사망당시 67세)의 부인이 괴산군수를 상대로 낸 산불 피해 사상자 보상금 지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4월1일 오후 사리면 소매리 백운산 뒷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진화 작업에 동원된 소방차의 물이 바닥나자 그는 주차장으로 소방차를 옮긴 뒤 물탱크에 물을 채우다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3일 만에 숨을 거뒀다.

A씨가 산불 진화 도중 사망한 것이어서 그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월 99만원의 유족 보상연금과 1000만원의 장의비를 받을 수 있었다.

아울러 유족은 괴산군에도 산불 피해 사상자 보상금을 청구했다.


산림보호법 제44조에서는 '산불 방지 작업 또는 인명 구조 작업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괴산군은 "이미 유족 연금이 지급되고 있고, 산림보호법령상 직무 중 사망한 사람은 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닌 데다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괴산군이 지급을 거절, 결국 소송까지 갔으나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무상 행위 여부와 보상 대상을 정하는 기준은 무관하다"며 "괴산군이 근거로 제시한 산림보호법령 규정은 보상금 이중 지급 방지를 위한 것일 뿐 직무상 행위에 대한 보상 배제로 보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보상금 지급 대상 요건을 충족한다면 행정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상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자유재량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며 "산림보호법에 따른 보상금에서 유족연금을 제외한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괴산군이 항소를 포기해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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