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이 땅의 모든 사위들을 울렸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10-29 11:49:29
“부자 장모를 두지 못한 이 땅의 모든 사위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가족의 재산 증식 과정과 명문대 지상주의 발언 등으로 구설을 초래하고 있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29일 '2013∼2016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홍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재산은 2012년 21억7000만원에서 2016년 49억5000만원으로 불과 4년 만에 28억 가까이 폭증했다.
보통의 서민들의 경우 40년이 걸려도 마련하지 못할 돈을 단 4년 만에 불린 것이다.
실제로 홍 후보자는 2013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신현대아파트 전세에 살고 있다고 신고했다가 다음 해에는 압구정동 한양아파트를 증여받았다고 신고했다.
홍 후보자가 장모로부터 증여받은 이 아파트의 당시 평가액은 8억4000만원으로, 홍 후보자와 아내가 지분을 절반씩 가졌다. 2015년에는 배우자와 딸이 홍 후보자 장모로부터 서울 중구 충무로 상가 일부를 증여받으면서 재산이 1년 만에 19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그의 중학생 딸은 8억 원 규모의 건물을 증여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자 장모를 잘 두어서 많은 재산을 상속받은 게 무슨 죄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을 지낸 홍 후보자는 그동안 '과다한 상속 및 증여가 서민들의 의욕을 꺾는다'며 부의 대물림을 반대하던 사람이다. 부의 세습을 반대하던 그가 정작 자신의 재산 상속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사회 환원을 하지 않은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그의 언행불일치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특히 개인당 10억원이 넘는 증여의 경우 증여세를 40% 내야 하는데 홍 후보자 가족이 이를 피하기 위해 '쪼개기 증여' 방법을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홍 후보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고 증여세를 모두 납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재산 증여 과정이 일반적인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것임엔 틀림없다.
실제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우리 집의 부는 온갖 기술을 동원해 대물림하면서 다른 사람 부의 대물림에는 그토록 악의에 찬 비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 정도면 앞 다르고 겉 다른 정도가 아니라 '다중인격' 여부를 의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홍 후보자를 겨냥, "'내로남불' 종목의 코리안시리즈 우수 후보감"이라고 비판했고, 바른정당 전지명 대변인은 홍 후보자 배우자와 딸의 고액재산 상속 논란에 대해 "이율배반적"이라고 맹비난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홍 후보자가 1998년 저서에서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은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고 밝히는 등 명문대 지상주의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실제 그는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제목의 공부법 소개 책을 썼다. 홍 후보자는 이 책에서 "행복은 성적순", "명문대에 나오지 않으면 소양이 없다",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고 썼다.
그는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은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그들은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혼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고졸자가 천재이더라도 첨단 기술을 따라갈 수 없다.
한글과 컴퓨터의 이찬진 사장이 서울공대 출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비명문대 출신에 대해 심각한 차별의식을 갖고 있는 그의 천박한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명문대를 나오지 못한 이 땅의 평범한 사위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글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는 고작 이런 수준의 사람들밖에 없는 것인지 걱정이다.
정말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장관을 낼 사람들이 없다면,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적폐청산’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홍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든지, 인사권자로서 그게 모양새가 우습다면 홍 후보자로 하여금 자진사퇴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렇지 않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밀어붙일 경우, ‘인사 참사’에 대한 국민의 비판여론이 거세질 것이고, 청문보고서도 채택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인사문제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상식선에서 이해할만한 수준의 사람들은 주변에 널려 있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 자격이 있는 사람을 고르면 된다. 그 간단한 것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주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몰려 있다면, 문 대통령은 자신의 삶의 궤적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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