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마지막 6공화국이기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11-05 12:28:28

편집국장 고하승


국회에서 연말까지 개헌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개헌 발의권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초부터 직접 개헌 추진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 들린다. 이에 대해 야당은 화들짝 놀라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실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란 점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문제와 관련,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하겠다는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개헌추진은 두 가지 기회가 있다. 국회 개헌특위서 추진하는 방안과 정부산하 개헌특위서 추진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필자는 당시 칼럼을 통해 “사실상 국회개헌특위 안을 수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생각하는 정부안을 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라고 지적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청와대가 연말까지 국회에서 개헌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내년 초부터 정부 주최 전국 순회 개헌 토론회 개최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늦어도 3월에는 개헌안을 발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선 ‘분권형’으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마당이다. 권력구조 개편 필요성은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장치를 마련하자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국회에서 개헌논의가 진전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지만, 국회 개헌안 발의는 국회 과반이 찬성 의결하면 된다.

더구나 국회 개헌특위는 내년 2월까지 특위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고, 3월 중 개헌안을 발의한 뒤 5월까지 본회의 의결 절차를 마무리하자는 큰 틀이 합의된 상태다.

특히 현재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산하 정부형태 분과에서는 위원 11명 중 절반 이상인 6명이 이원집정부제를 제시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선호하는 4년 중임제에 대해선 고작 2명만 동의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회 개헌특위에서 개헌논의가 진전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일까?

혹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헌논의를 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국회의 생각과 대통령의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최근 들어 개헌을 부쩍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내용에 있어서도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하는 등 국회가 선호하는 분권형 개헌이 민심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혼합형 정부, 즉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그런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민주당을 통해 제동을 걸고, 결국 국회 개헌논의를 무력화 시켜, ‘국회에서 논의를 못했으니, 정부가 개헌안을 만들겠다’고 선언할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촛불민심은 ‘국가 대개혁’이었다. 그 핵심은 바로 만악의 근원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장내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에서 드러났듯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사실이 입증됐으며, 문재인정부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개헌은 시대정신이다. 개헌은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과 20대 국회에 내린 지상명령이다”라며 “87년 체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다시없는 개헌 호기로,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지금 국민은 개헌을 통해 ‘제왕적대통령제’의 부패 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7공화국이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국민의 바람이 4년 중임제를 통해 ‘황제 대통령’을 꿈꾸는 일부 정치인들의 욕심 때문에 좌절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더 이상 이 땅에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대통령제는 문재인정부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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