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분당', 안타깝지만 차라리 잘됐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11-07 08:00:00
갈등을 빚던 바른정당이 6일 결국 둘로 쪼개졌다.
실제 김무성·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정양석·주호영 황영철·홍철호 의원 등 9명의 의원들이 이날 오전 탈당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24일 개혁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바른정당은 창당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287일 만에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채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게다가 통합전대를 주장했던 정병국 김세연 의원 등의 추가 탈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추가 탈당자들이 속출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까스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는 바른정당 의석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바른정당이 어쩌다 이런 참담한 지경에 이른 것일까?
앞서 바른정당은 전날 밤 국회에서 3시간40분 가량 심야 의원총회를 열고 전당대회 연기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당권주자인 유승민, 하태경 의원이 끝까지 전대 연기를 반대한 탓이다.
물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려는 바른정당 내 통합파들의 선택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거기엔 어떠한 명분도 없다. 국민에 대한 신의도, 양심도 없는 선택으로 그야말로 정치적으로 혼자 살려는 ‘이합집산(離合集散)’에 불과하다.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그들의 철새정치 행각은 민심의 차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만 옳다’는 식으로 대응한 유승민 의원의 태도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 제기 될 당시에도 햇볕정책과 호남중심 운운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그로인해 국민의당 호남중진 의원들이 격노했고, 결국 안철수 국민의 당대표로 하여금 통합논의에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제3지대 정당을 지지하던 유권자의 관심이 이제 국민의당 쪽으로 모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바른정당의 분당은 안타깝지만 차라리 잘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바른정당 잔류파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필자가 이미 몇 달 전부터 예견했던 바대로 ‘보수 정의당’으로 남아 있다가 다음 총선에서 흔적도 없이 소멸되든지, 아니면 국민의당에 들어가 ‘제3지대’의 세력을 키우든지 둘 중 하나다.
그나마 ‘중도통합론’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미니정당’으로 전락한 만큼 이제는 당대당 통합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결국 통합을 하더라도 바른정당 의원들이 국민의당에 입당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전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운천 의원과 같은 경우는 그런 형태로라도 ‘중도통합’을 이루려 할 것이다. 정 의원이 이날 오전 깜짝 전대 중도 포기를 선언한 것 역시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바른정당의 입지를 이토록 초라하게 만든 사람은 바로 유승민 의원이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반성하고 향후 ‘제3지댕’ 통합이나 연대 논의에 열려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 하나 걱정되는 부분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이다.
실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 “이제는 국민의당과 서로 손을 잡을 때가 됐다”며 양당 통합론을 제기했다.
호시탐탐 민주당 입당기회만 노리고 있는 일부 호남 의원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다당제의 안착을 바라는 국민의당 지지자들 입장에선 매우 불안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으로 복귀한 의원들이 ‘명분도 없고, 국민에 대한 신의도, 양심도 없는 이합집산’이라는 비난을 받듯, 국민의당을 떠나 민주당의 품에 안기는 의원들 역시 그런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부디 양당제로 회귀하고 싶은 개인적 욕망을 억누르고 다당제를 지지한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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