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홍종학은 문재인 X맨인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11-09 11:46:37

편집국장 고하승


중학생 딸에 대한 쪼개기 증여 의혹 등으로 야당으로부터 ‘내로남불 종합세트’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보면 정말 화가 난다.

오죽하면 그를 ‘문재인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X맨’으로 규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왔겠는가.

홍 후보자가 국회 청문위원들에게 보낸 서면질의답변서의 대부분이 ‘못 준다’ 혹은 ‘안 준다’는 식으로 채워진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신이 야당 국회의원 시절 청문회에서 자료제출을 제대로 하지 못한 후보자를 향해 질타하던 모습과는 상반된 태도여서 자녀 상속과 국제중학교 진학 과정에서 보여줬던 ‘내로남불’의 반복이라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그는 2015년 황교안 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황 후보자는 법을 핑계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따라서 검증할 수 없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청문회에 대해선 ‘개인신상 보호’라는 이유로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홍 후보자의 딸은 충무로 소재 건물 공동지분자이자 엄마인 장모 씨와 작년에는 약 1억1000만원씩 두 번, 올해는 2억2000만원 가량의 채무관계를 가졌다.

이에 대해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녀가 배우자에게 2016년 12월 31일 지급한 이자의 계좌이체 내역’을 물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모녀가 실제로 금전관계를 가진 것인지, 그저 돈을 주기 위한 ‘꼼수’인지 알 길이 없게 된 것이다.

그는 배우자와 딸이 장모로부터 건물임대로 얼마의 수익을 얻는지, 리모델링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건물주인 딸이 2016년 귀속분 종합소득세를 0원으로 신고하고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 이게 정당한 것인지 따질 수 없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후보자와 배우자, 자녀의 상속받은 재산 및 상속세 납부내용을 달라’는 요청도 그는 ‘정보보호를 위해 제출이 곤란하다’고 일축해 버렸다.

이쯤 되면 야당이 분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실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9일 일제히 홍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홍 후보자는 내정된 이후 부적격 이유에 대한 신문 사설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청문회에 설 자격도 없다"며 "홍 후보자는 친문 정치인인 만큼 더 이상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그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위선적 언행과 도덕적 결함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고 넘친다”면서 “내가 이런 사람 장관 되는 꼴 보려고 촛불을 들었나 하는 개탄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의 자료 제출 거부는 비난하면서 본인의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몰염치와 국회 무시는 홍 후보자가 아직도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홍 후보자는 현 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엑스맨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길 바란다"고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부의 세습 대물림을 강하게 비판하던 사람이 스스로 부의 대물림 한복판에 있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그런데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 회의 석상에서 홍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되레 야당을 압박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실제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 “오늘로 출범 6개월을 맞은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조각으로 사람 중심, 중소벤처 중심 경제 실현을 위해 아주 중요한 조각”이라며 “중기부 장관은 350만 중소기업과 750만 소상공인, 수많은 벤처·스타트업의 권익을 대변할 자리로 하루 속히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기부 장관이 하루 속히 결정되고 문재인 정부 내각이 완성돼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당부드린다”고 압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 자리에서 야당을 향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퍼즐’을 조속히 끼워줄 것을 요망한다”고 가세했다.

민주당 스스로 밝혔듯, “아주 중요한 조각”이자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조각’을 꼭 홍종학으로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게 중요한 조각이라면 야당의 협조를 당부할 것이 아니라, 진즉 좀 더 도덕적이고 깨끗한 사람으로 바꿔야 옳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홍종학 후보가 ‘X맨’이 아니라면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물러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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