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중도대통합’을 지지한다. 다만~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11-19 14:59:14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 후보선출을 위한 경선과정에서 손학규 후보가 필승전략으로 ‘제3세력 연대론’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필자는 “국민의당에는 기득권 세력이 지배하는 양당체제를 끝장내고 다당제 체제를 뿌리 내리라는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 주어졌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패권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루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분권형 개헌을 주도하는 정당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선행할 일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다. 바른정당 역시 존폐위기에 놓인 만큼 굳이 통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손학규 후보의 ‘제3의 길’을 지지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었다.
사실 필자는 국민의당 대선 경선 당시부터 안철수 대표의 자강론을 ‘필패전략’으로 규정하며, 줄곧 바른정당과의 연대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그렇지 않고서는 거대한 패권양당에 맞설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안철수 후보는 물론, 당 대표로 선거를 진두지휘하던 박지원 의원까지 나서서 ‘자강론’을 필승전략이라며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 예상했던 대로 그 결과는 참담했다. 실제 안 후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조차 밀려 3위로 처지고 말았다.
그런데 안 대표는 지난 16일 덕성여대 강연에서 “양당 구도로 다시 회귀하려는 흐름이 굉장히 강하다”며 “이걸 저지하기 위해 연대와 통합, 정치 구도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중심이 되는 빅텐트를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던 ‘자강론’을 버리고 ‘통합론’을 선택한 셈이다. 일찍이 그런 주장을 해왔던 필자로서는 안 대표의 이 같은 입장변화가 반갑기 그지없다.
다만 안 대표는 이런 급작스런 입장변화에 대해 먼저 자강론을 고집해왔던 과오에 대해 국민과 당원 앞에 사과를 했어야 옳았다는 판단이다. 그래야 안 대표의 ‘중도빅텐트론’은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더욱 큰 문제는 박지원 의원이다.
심지어 그는 “안철수의 미래와 문재인의 과거가 경쟁한다”며 자강론을 필승전략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필자는 박지원 의원의 자강론을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라며 ‘필패전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자강론으로 치른 대선결과는 참패로 끝났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박지원 의원은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그런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도 박지원 의원이 여전히 ‘필패전략’인 자강론을 고집하고 있으니 문제다. 아마도 대선패배에 따른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탓일 게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밀어붙였던 자강론은 이미 ‘필패전략’이라는 사실이 대선을 통해 입증된 마당이다. 따라서 ‘개혁적 중도’의 가치관 아래 두 당이 통합을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
양당 통합의 위력은 ‘제 2의 YS-DJ 연합’과도 같아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85년 치러진 12대 총선 당시 YS와 DJ가 손을 잡고, 신한민주당(신민당)을 만들었다.
전두환 대통령의 민주정의당(민정당)과 제1야당인 민주한국당(민한당)이 이미 거대한 양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상황에서 신당인 신민당의 도전은 흡사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무모해 보였지만,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비록 민정당이 의석수에서 앞서기는 했지만, 단숨에 민한당을 제치고 제1야당의 자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야당이 지역구 의석의 52.7%를 차지하면서 사실상 야당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쩌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중도대통합이 그런 기적 같은 승리를 재현하는 발판이 될지도 모른다. 'DJP 연합'으로 김대중 정권이 탄생했듯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합으로 ‘신DJP’가 만들어진다면 수권장당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는 21일 ‘끝장토론’이 열리는 의원총회는 안철수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자강론’을 고집했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중도대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반대론자들은 새로운 지방선거 필승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지난 대선 때처럼 ‘자강론’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반대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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