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영원한 정계은퇴 선언하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12-11 14:44:43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의 ‘DJ비자금 100억원’ 제보 의혹 사건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전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박주원 최고위원은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음모론을 제기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DJ 비자금 100억원'설은 친이(친이명박)계인 주성영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08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DJ가 100억원에 달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사건이다. 물론 그 의혹은 나중에 허위로 판명 났고, 결국 주 전 의원은 그로인해 법원으로부터 3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당시 주 전 의원에게 허위자료를 건네 준 사람이 박 최고위원이라는 사실이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최근 폭로되고 말았다.
실제 경향신문은 지난 8일 사정당국 관계자가 “김 전 대통령이 100억원짜리 CD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주성영 당시 의원에게 제보한 사람은 박주원 최고위원이다. 박 최고위원은 대검 정보기획관실 정보관으로 일하면서 얻은 정보라며 CD 사본과 모 은행의 발행확인서 등 DJ 비자금 의혹 자료를 주 의원에게 건넸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박 최고위원은 제보자가 자신이라는 언론보도를 정면부인하면서 오히려 이를 음모론으로 규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음모론의 핵심인물로는 같은 당 이용주 의원을 에둘러 지목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호남파 이용주 의원이 통합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11년 전 사건을 이제 와서 터뜨렸다는 것인데 정말 어이가 없다.
물론 느닷없이, 그것도 공소시효까지 이미 지난 사건이 뒤늦게 불거져 나온 배경에는 어떤 정치적 물밑거래가 있을 것이란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대부분의 언론 역시 그렇게 보고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박 최고위원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음모론’을 거론하는 건 옳지 않다. 부도덕한 행위를 한 당사자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니지 않는가.
어쨌거나 박 최고위원이 스스로 시인했듯이 주성영 전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 자료를 건넨 게 사실이라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주 전 의원에게 300만원 벌금형 판결을 냈던 당시 법원의 판결문에도 '검찰 관계자가 DJ 비자금 자료라고 하면서 줬다'고 명기돼 있다. 그 검찰 관계자가 바로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정보관으로 근무하다 2005년 10월경에 퇴직한 박주원 최고위원이다.
그렇다면 박 최고위원은 ‘그게 왜, 11년이나 지난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느냐. 음모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에 대해 당장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백배 사죄함이 마땅할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잘못된 과거행위에 대해 스스로 ‘죄 값’을 치르는 차원에서라도 최고위원직 사퇴는 물론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음모론을 제기하며 현재의 위기를 일단 모면하고 보자는 식의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대표도 그에 대해 “당원권 정지와 최고위원직 사퇴를 포함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힌 마당이다. 그런 징계절차가 끝날 때까지 버티기로 일관하는 건 국민의당은 물론 안 대표의 통합행보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박 최고위원의 정치생명은 이제 끝났다. 국민은 ‘공작정치’를 하는 사람에 대해선 절대 관용을 베푸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최고위원직사퇴와 함께 영원한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것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것이 안철수 대표의 중도통합행보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안철수 대표는 11일에도 "외연 확대 방법을 지금 꼭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계속 추진해가겠다는 뜻을 재차 피력했다. 당권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출마를 노리는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안 대표는 외로운 길을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힘이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걸림돌이 되어서야 쓰겠는가.
지금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눌러 싼 찬반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통합을 반대하는 평화개혁연대는 오는 12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세 결집에 나선반면,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은 오는 14일 광주를 찾아 안 대표의 통합 행보에 힘을 싣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양측이 이처럼 당원을 설득하는 과정을 밟는 것은 민주정당의 당연한 절차이자,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부디 박 최고위원이 이 아름다운 논의의 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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