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꿈 ‘7공화국 개헌’을 위하여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12-27 14:26:24
“손학규 고문께서는 지금까지 항상 혁신, 그리고 통합의 정치를 추구해오셨다. 그리고 미국 가시기 전에 통합하라는 말씀도 해주셨기 때문에 (통합반대파들을) 설득하는 역할을 하시리라고 기대한다.” (안철수)
"손 고문께서 역사적 퇴행의 길에 함께하지 않고 반역사적인 합당을 저지하는 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천정배)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묻는 전(全)당원투표가 시작된 27일 찬반 양측으로 나뉘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미국체류 일정을 앞당겨 급거 귀국한 국민의당 손학규 고문이 중도통합과정의 핵심적인 '키-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는 손 고문이 미국 가기 전에 자신에게 ‘통합을 추진하라’고 조언한 사실을 언급하며 ‘반대파를 설득 할 것’으로 보는 반면, 통합을 반대하는 천정배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역사적 퇴행’으로 규정하며, 손 고문이 ‘합당저지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대표와 천 의원의 발언을 비교해보면, 손 고문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지 이미 그 답은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그 과정에 당내 갈등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시킬 수 있는지, 그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안 대표의 ‘통합로드맵’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날부터 30일까지 나흘간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안 대표의 재신임을 연계한 전당원투표를 실시하고, 31일에는 유효표를 집계해 결과를 공표한다. 안 대표 재신임 결과가 나오면 1월1일부터 당장 바른정당과의 통합절차를 밟아 2월 초 쯤에는 ‘통합신당’을 출범시켜, '설차례상'에 중도통합을 화두로 올려놓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당원투표에서 재신임 결과가 나오더라도 통합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당내 의원들의 반발이 극심한 탓이다. 양쪽의 힘이 균형이 워낙 팽팽해 어느 쪽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 결국 당이 분당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 고문이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 줄 경우, 힘의 균형이 깨지고 한 쪽으로 급속히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안 대표나 반대 진영이 모두 손 고문에게 읍소하는 건 이 때문이다.
사실 그의 정치역정은 ‘구원등판’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각종 선거에서 ‘이길 수 없는 지역구’만 맡겨졌다. 그럼에도 손 고문은 ‘선당후사’ 때문에 그런 지역에 기꺼이 출마했고, 분당에선 ‘분당대첩’이라는 신화를 남기며 승리했지만, 수원에서는 끝내 신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당은 패배한 그를 버렸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당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그를 ‘구원등판’ 시켜놓고는 ‘토사구팽(兎死狗烹)’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손 고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는 것이다. 즉 손 고문이 갈등을 진화하는 소방수 역할만 하고 또 다시 팽(烹)당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말이다.
물론 손 고문은 차기 대권이나 당권보다는 ‘7공화국’을 건설하는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그는 제왕적대통령제가 유지되는 낡은 6공화국 체제를 끝장내고 국민주권이 강화되는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기 위해 남은 정치인생을 개헌에 올인 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대통령이 되려고 애쓰거나 당 대표가 되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고 명예로운 길이라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손 고문 개인의 역량만으로 개헌을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당의 힘이 뒷받침되어야만 개헌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손 고문을 필요로 한다면 비상대책위원장이든, 아니면 통합 초대 당대표든 그에게 당을 진두지휘하며 분권형 개헌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역할을 주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손 고문 역시 이번에는 그런 의지를 분명하게 피력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필자가 이처럼 손 고문을 응원하는 것은 개헌에 대한 그의 진정성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지금의 제왕적대통령제는 너무나 문제가 많다. 이 국가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제2의 최순실’이 나타나지 말란 법 없다. 이제는 제왕적대통령 권력을 나눌 때도 됐다.
손 고문도 "현 시점에서 국민의당의 역사적 책무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연합정치를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촛불 정신은 적폐청산이며 우리 정치의 가장 큰 적폐는 제왕적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7 공화국 건설에 중도통합 세력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도통합을 통해 7공화국을 건설하는 개헌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모쪼록 7공화국 건설을 위한 그의 꿈이 ‘중도통합’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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