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당원은 위대했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7-12-28 14:27:51

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및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을 묻기 위해 실시한 전(全)당원투표 첫날 투표율이 15%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일이 국민의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여의도 정가에선 최종투표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아무리 높아도 15%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투표율이 가장 높게 나온다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대회 때에도 국민의당 투표율은 20%대를 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최종투표율은 24.26%에 불과했다.

당시는 안철수,정동영,천정배,이언주 후보가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들 모두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한 반면 지금은 정동영, 천정배 의원은 물론 박지원 의원까지 가세해 이번 투표를 '나쁜 투표'로 규정하고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전당대회 당시 정동영,천정배 의원을 지지했던 당원들은 물론 박지원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 모두가 이번투표에 불참할 것이고, 결국 투표율은 그 때에 비하면 ‘반 토막’도 안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첫날 자정까지 투표에 참여한 당원은 3만7천534명으로, 투표율은 14.67%에 달했다. 이는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첫날 투표율 10.69%보다 무려 4%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혹시 당원들이 이번에 당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권리행사에 나선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안철수 대표가 이번에 전당원투표를 제안한 것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여부에 대한 당원들의 뜻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찬성 의견이 높으면 통합을 추진할 것이고, 반대 의견이 높으면 통합을 중지할 뿐만 아니라 즉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전적으로 당원들에게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 19명이 전당원투표를 금지하거나 개표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나섰다. 그러다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원들이 분노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실제 ‘국회의원들이 뭔데 당원들의 당연한 권리를 짓밟느냐’는 항의성 글들이 SNS 상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통합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어느새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대 당원들의 대결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통합을 반대한다는 한 당원은 “내 주장을 펴기 위해 나는 투표를 거부하지 않고 당당하게 ‘반대’에 투표하겠다”며, “그게 ‘나쁜 투표’라면 나는 ‘나쁜 당원’이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런 당원들의 힘이 국회의원들의 조직적인 방해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금배지의 권위에 굴하지 않는 국민의당 당원들은 역시 위대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호남 중진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쁜 투표’라며, 결과적으로 투표하는 당원들을 ‘나쁜 당원’으로 낙인찍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반대하는 이유를 당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그들을 설득해 ‘반대’에 투표 하도록 했어야 옳았다.

그것이 민주정당의 올바른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금배지의 권위를 앞세워 당원들과 맞대결하는 모습을 보이니, 통합을 찬성하던 당원들까지 분노해 투표행렬에 끼어들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전당원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통합찬성파와 반대파 모두가 위대한 당원들의 뜻이 담긴 그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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