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盧 파일' 있으면 공개하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1-18 13:11:14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측근들은 '노무현 정부 파일'의 존재를 거론하는 등 노골적인 ‘공갈’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과연 국민들의 눈에 곱게 비치겠는가.

실제로 MB는 어제 오후 5시 30분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입장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 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MB 측근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오늘 오전 일제히 각 방송에 출연해 "누군가 기획하고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극도로 민감한 '노무현 정부 파일'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MB 핵심 측근인 이재오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표적을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만들어 놓고 정치보복을 하는 것이 아니냐”,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전제로 모든 의혹과 혐의를 붙인 것”이라는 등의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사실상의 ‘보복수사’로 단정했다.

특히 이 대표는 “특활비라는 게 노무현·김대중·김영삼 정부 때도 다 있었다”며 “이명박 정부 특활비를 손댈 정도면 노무현·김대중 정부 때도 손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노무현·김대중 정부 때 미공개 정보를 공개하느냐 안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우리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당신들이 괴롭히면 우리가 알고 있는 걸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효재 전 청와대 수석도 "현 정부의 적폐청산은 '친여 매체의 의혹제기→여당의 문제제기→시민단체 고발→신속한 수사'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누군가 기획하고 배후에서 조종하지 않으면 그런 패턴이 일정하게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효재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도 5년 집권하지 않았나. 집권하면 모든 사정기관의 정보를 다 들여다볼 수 있다"며 "저희라고 아는 것이 없겠나"라고 말했다. 추후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관련 파일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공갈을 치고 있는 것이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여권 사람들이) 'MB 두고 봐라', '그냥 안 (넘어)간다', '반드시 갚아줄 것이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며 "핵심 멤버 5인이니 7인 중에도 한 분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MB를 향한 수사는 ‘정치보복’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무현 정부 자료와 관련해선 "왜 없겠나"라고 언급했다.

이들 세명의 MB 측근들의 발언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MB 주변 인사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정치보복’이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노무현 정부 파일'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MB를 향한 검찰수사의 칼끝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듯싶다. MB에 대해선 BBK, 다스, 특수활동비, 롯데월드타워 등 너무나 많은 의혹들이 불거져 나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파일'을 언급하는 것은 MB의 안위를 놓고 현 정부와 흥정을 벌이려는 모습처럼 비춰져 토악질이 나올 정도다. 노 전 대통령의 묻혀있는 비리를 폭로하지 않을 테니, 자신의 비리를 눈감아 달라는 뜻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로전으로 흐르면 서로에게 득 될 것이 없는 만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자는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

이미 MB 주변 인사들이 각종 비리연루 의혹으로 속속 구속되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MB와의 연관성에 대해선 당연히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하며, 그건 ‘정치보복’이 아니다. 특히 정말로 '노무현 정부 파일'이 있다면, 그걸 가지고 흥정할 생각을 하지 말고, 국민 앞에 모든 것을 공개함이 옳다.

박근혜, MB 정부는 물론 노무현 정부의 숨겨진 비리가 있다면, 모든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게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대통령 한사람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되는 제왕적대통령제가 종식되지 않는 한 이런 역사의 불행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데, 과연 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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