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정봉주, ‘제2의 안희정’ 되나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8-03-07 11:45:04
정봉주 “답변 이유 없다...명예훼손 법적조치”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의혹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최근 복당해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정봉주 전 의원이 관련된 성추행 폭로로 난감해진 모습이다.
현직 여기자 A씨는 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자 지망생 시절 정 전 의원이 호텔로 불러내 키스를 시도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밝히면서 "이런 파렴치한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길 수 없다"고 성토했다.
특히 "주변 기자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정봉주 전 의원이 대학 특강 다닐 때 어린 여대생들에게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고 다녔다는 소문이 도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혹시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함께 용기를 내주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A 씨가 정 전 의원을 처음 만난 때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2011년 11월이었다.
그 때부터 정 전 의원은 A 씨에게 수시로 연락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큰 거부감이 없었고 오히려 호의로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호의는 "바쁘냐", "뭐 햐냐"는 정 전 의원 연락이 이어지면서 점점 부담으로 변해갔고 전화, 문자를 통한 내용도 끈적이는 느낌으로 바뀌어갔다.
정 전 의원이 별도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이었지만 A 씨가 오는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 연락이 뜸해졌다.
그러다가 2011년 12월 22일,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판결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정 전 의원은 다시 A 씨에게 집요하게 연락했다. '감옥 들어가기 전에 한 번만 얼굴을 보고 가고 싶다'고 했다(정 전 의원은 2011년 12월 26일 수감됐다). A 씨는 "망설였지만 동정심이 생겼다. 맞는 말을 했는데 억울하게 감옥 생활을 해야 하는 그가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만나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정 전 의원은 A 씨에게 구속 수감되기 사흘 전인 12월 23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현 켄싱턴 호텔) 1층 모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예약자는 정 전 의원도 A 씨도 아닌 전혀 모르는 이름이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호텔 카페 직원은 A 씨를 룸으로 안내했다.
뭔가 느낌이 이상해진 A씨가 '약속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 전 의원도 따라 일어섰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포옹을 하자며 A씨를 안더니 키스를 하려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놀란 A 씨는 정 전 의원을 밀치고 룸에서 빠져나왔다.
A 씨는 TV에서 구속 전 아내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는 정 전 의원의 모습을 봤다. 신문, 인터넷 곳곳에는 시민들에게 큰절을 하는 정 전 의원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났다.
A씨는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정봉주가 힘없고 뭣 모르는 대학생을 상대로 아무 거리낌 없이 성적으로 다가오는 뻔뻔한 이중적인 사람인지 알까'라고 생각했다.
그의 연락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012년 12월 25일 만기 출소한 뒤에도 정 전 의원은 여전히 A 씨에게 끈질기게 연락을 해왔다. 그땐 A 씨도 A 씨의 친구들도 모두 기자가 된 상태였다.
정 전 의원은 '정치인 대 기자로서 해줄 이야기가 있다'며 만남을 요구했다. 정 전 의원은 A 씨에게 다른 친구와 함께 보기로 했다고 했다. 약속을 잡은 뒤 A 씨는 해당 친구에게 확인했지만, 그는 정 전 의원으로부터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정 전 의원에게 만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정 전 의원은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약속을 취소하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그 이후로 A 씨는 그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했다.
"저한테 그렇게 더러운 짓을 했으면서 그 다음에도 연락하고 심지어 친구들한테까지 연락한 걸 보면 세상이 다 자기 것 같았나 봐요."
A 씨가 가슴 속에만 담아뒀던 7년 전 일을 폭로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정 전 의원이 최근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다.
A씨는 "이런 파렴치한 사람에게 그런 큰 일을 맡길 수 없다"며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이 사람이 가장 위험한 사람이다"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답변할 이유가 없다"며 "명예훼손 등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장 출마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입장을 밝히겠다던 정 전의원은 행사 시작 직전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출마선언을 조금 연기하겠다”면서 해당 일정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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