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이후가 더 걱정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4-09 09:00:00
편집국장 고하승
6.13 지방선거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야당은 그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인재가 넘쳐 ‘풍년’인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당은 인재난으로 혹독한 ‘흉년’을 보내고 있는 탓이다.
제왕적대통령 체제에서 야당이 대통령의 독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경우,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지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통해 익히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6월 지방선에서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만큼의 의미 있는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먼저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살펴보자.
지방선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실제 한국당은 10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 대해 추대식을 한 뒤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천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지만 ‘꿩 대신 닭’을 선택했다는 소리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부터 김 전 지사를 후보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홍정욱·이석연·오세훈·김병준 등 이사람저사람을 찔러 보았는데 모두 거절해서 궁여지책으로 그를 공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에서는 이제 자유한국당의 존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서울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당의 텃밭인 영남에서도 인재난을 겪었다.
실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홍준표 대표는 부산시장, 경남지사 등 인재 영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 안대희 전 대법관이 부산시장 후보를 고사하면서 결국 내키지 않아했던 서병수 시장이 후보로 확정됐다. 경남지사 역시 홍 대표가 점찍은 윤한홍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김태호 전 지사가 출마하게 됐다. 김문수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꿩 대신 닭’을 선택한 셈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공천된 후보들의 승리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꺾고 제1야당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출범한 바른미래당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했기에 다행이지 그가 아니었다면 변변한 광역단체장 후보조차 내지 못할 딱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유승민 공동대표와 박주선 공동대표는 당의 잇따른 등판요구를 거부하고 말았다. 당의 자산인 당 대표들마저 승산 없는 싸움이라 여기고 등판을 거부하는 마당에 다른 경쟁력 있는 인사가 바른미래당 간판을 달고 출마할리 만무하다.
연초 출범한 민주평화당은 더욱 참담하다. 사실상의 ‘호남당’을 선언했음에도 평화당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조차 심각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재까지 광역단체장 공천을 위한 세부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평화당은 민주당 경선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지켜보면서 공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복안이다. 한마디로 호남 일부 지역에서 민주당 공천 낙천자는 물론 공천 과정에 불만을 느낀 인사들이 생길 것인데 그들을 상대로 ‘이삭줍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처한 현실이 이러다보니 ‘민주당 싹쓸이’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야당은 정부가 국정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데 야당이 지방선거의 패배 후유증으로 지리멸렬한 상태가 되면 문재인정부의 독주가 이어지더라도 견제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방만한 국정운영으로 국가가 파탄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방선거 이후 누군가 ‘범야권 정계개편’의 깃발을 들고 새로운 제3정당의 창당을 선언해야만 한다.
자유한국당 내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의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국회의원들과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국회의원들 가운데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지닌 정의감 넘치는 국회의원들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패망으로 이끈 사람들, 그러니까 현재 각 정당을 이끌고 있는 당 지도부는 한발 물러서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야 2020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새로운 야당이 만들어 질 것이고, 그러면 차기 대선에서 다시 한 번 자신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범야권을 통합할만한 리더십을 지닌 인사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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