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국정조사와 특검이 답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4-20 09:00:00
편집국장 고하승
작년 대통령 선거당시 뜬금없이 등장한 ‘안철수=MB아바타'라는 댓글공세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치명적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모(필명 ‘드루킹’)씨가 이끌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작품이라고 한다.
실제 경공모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37%까지 치고 올라가자 5일간 집중적으로 ‘안철수는 MB 아바타’라는 네거티브 공격을 했고, 그로 인해 상승세를 타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꺾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최대의 피해자인 셈이다.
경공모의 온라인 댓글활동은 2016년 9월부터 전개됐으며, 평소에는 일일 300~400건 가량의 기사에 대응했지만, 대선기간에는 하루 평균 700건 이상의 기사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그것도 회원들이 24시간 교대로 온라인 모니터링을 했다고 하니, 경공모가 사실상 민주당 대신 실질적 온라인 대응 활동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댓글조작 최고의 수혜자는 문재인 대통령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피해자는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우상호 의원은 19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피해자는 문 대통령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에서는 본인들이 '피해자다, 억울하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그래서 저희들은 그 민주당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서라도 특검으로 제대로 수사하자. 그렇게 요구하고 있는데 그걸 하지 않겠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맞는 말이다. 만일 여당과 대통령이 진짜 피해자이고, 감출 것이 없다면 오히려 자신들이 먼저 진실규명을 위해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뭐든 하자고 제안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청와대는 야당의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정부 흠집내기’, ‘대통령 모욕주기’ 등으로 규정하며 기존의 “특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권의 특검 요구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아직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민주당은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꼬리자르기’ 하려고 하지만, 이미 당 차원에서 그를 관리한 정황이 드러났다.
실제 대선이 끝난 작년 9월 20일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고소·고발건을 상호 취하하기로 했는데, 당시 양당은 당대당 협상을 통해 의원·당직자를 우선 소 취하하기로 했다. 그때 국민의당이 소를 취하한 건은 모두 9건이다. 그런데 거기에 의원이나 당직자가 아닌 일반인 고발 건이 유일하게 하나 포함돼 있는데 그게 바로 댓글조작 주범인 드루킹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민주당은 이미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그를 특별관리 했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현직 국회의원,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경수 의원이 8년간 책 한권 내지 않는 느릅나무 출판사의 로비스트 역할을 아주 성심성의껏 한 정황까지 드러난 마당이다. 실제 김 의원은 두루킹이 추천한 사람을 오사카 총영사로 보내기 위해 그를 문재인 캠프의 법률자문단의 이름으로 추천하도록 역할을 했다.
더구나 드루킹의 존재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드루킹이 이끄는 또 다른 조직인 경인선 블로그에 올라온 동영상을 한번 살펴보자.
거기엔 경인선 회원들이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구가 적힌 수건을 들고 열혈 응원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수건 밑에는 한자로 아주 조그맣게 ‘경인선(經人先)’이 적혀있다. 그런데 김정숙 여사가 그 시끄럽고 정신없는 와중에 확실하게, 그것도 무려 5번이나 ‘경인선’을 말하는 장면이 있다.
경인선의 존재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그 정신없는 와중에 조그만 글씨를 읽고 ‘경인선’을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에 대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국정조사와 특검이 답이다.
정권을 뿌리 채 뒤흔들 지도 모르는 엄청난 사건을 대통령의 지휘아래 있는 경찰과 검찰수사로 진실을 규명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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