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 이것이 민심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4-24 16:00:00

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조작 사건인 이른바 ‘드루킹 게이트’를 바라보는 민심이 싸늘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의 특검도입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공정주식회사가 전국 유권자 103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 63.3%는 ‘드루킹게이트’ 특검을 실시하는데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 실시에 반대한다는 의견인 30.9%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조사는 지난 20~22일 3일간 전국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유·무선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2018년 3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했고,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0%p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특검도입을 찬성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댓글조작 사건’은 문재인 정권을 위협하는 ‘드루킹 게이트’가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는 박근혜·이명박 정권 당시의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댓글조작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의원이 네이버 댓글 반응을 거론하며 댓글조작 주범인 드루킹에게 URL을 보낸 건 2017년 4월28일 열린 TV토론회 기사다.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한 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다른 해법을 소개한 내용이다. 기사에는 35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초반 댓글은 안 후보와 유승민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문 후보의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문 후보를 옹호하는 댓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사실상 여론을 조작한 셈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한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은 국정원 댓글조작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안 후보는 "국정원에서는 지금까지 뉴스 검색을 저 밑에 있던 것을 1위로 올린다든지, 관심 없는 댓글을 가장 관심 많은 댓글로 올린다든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며 "(댓글조작은) 지금 현재 집권당인 민주당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 3당이 어제 국회 의안과에 드루킹 게이트와 관련한 특검 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공동 제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별 거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국가기관을 동원한 권력형 댓글조작과 드루킹 사건을 동일시하는 건 파리보고 새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특검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민주당은 야당의 특검 주장을 ‘대선불복 프레임 씌우기’로 규정하며 되레 “한국당과 이에 편승한 바른미래·민주평화당에도 국민은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쯤 되면 ‘내로남불’을 넘어 가히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할만하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취해 이런 비이성적 반응을 보이는 것일 게다. 하지만 지금의 높은 지지율은 집권세력이 국정운영을 잘해서 얻은 게 결코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야당의 무능함 때문에 반사이득을 얻고 있을 뿐이다.

그런 지지율은 허상이고, 환상에 불과하다. 한번 붕괴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린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이른바 ‘인사 참사’로 인해 야당의 비난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국정지지율은 60%가 넘는 고공행진을 거듭했었다. 당시의 야당이 무능했던 탓이다.

하지만 국민은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을 깨닫고 그 무능한 야당을 지지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정권교체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어쩌면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재연될지도 모른다. 오만한 집권세력에 경고장을 보내기 위해 무능한 야당들에게 힘을 실어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민주당은 특검도입을 요구하는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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