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민주당 X맨?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5-01 14:20:42
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마치 당을 망가뜨리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서 파견한 엑스맨 같다.”
이는 한국당 당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터져 나오고 있는 볼멘소리다.
실제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일 한 방송에 출연, 홍준표 대표를 “스크루지 같지만 우리에겐 산타클로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무서워야 하는데 우습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체 홍준표 대표는 어쩌다 ‘민주당 액스맨’으로 낙인찍히고, 한국당은 ‘우스운 야당’으로 전락한 것일까?
아무래도 홍 대표의 막말 때문인 것 같다. 사실 홍 대표의 막말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 중진 의원들이 그의 막말을 우려하며 자제요청하기도 했으나 막무가내다. 그 막말의 정점이 바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다.
실제 홍 대표는 4.27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규정하는가하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게 남북정상회담 발표문"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특히 전날엔 당사에서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비정상적인 남북 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진 이면에 북한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다소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물론 다른 야당들도 ‘어깃장’이라며 홍 대표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홍 대표와 한국당이 하고 있는 걸 보면 갈라파고스 섬에서 홀로 외로이 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덜 떨어진 소리 좀 그만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몽니도 시샘도 아니고 그렇다고 건전한 대안을 내놓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한국당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당"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에서는 핵 폐기를 해야 되고, 남한에서는 홍 폐기를 해야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론도 좋지 않다. 그러다보니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한국당 후보들은 노골적으로 홍준표 대표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김태호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는 홍준표 대표의 “위장평화쇼” 발언에 대해 “너무 나갔다”고 직격했다.
김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 “한반도 평화 문제는 여야와 보수·진보가 따로 없다. 홍 대표도 이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한국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정신 차리고 국민의 언어로 말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면서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특히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며 "당 지도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소속 출마자들이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재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홍준표 마케팅’은 고사하고 오히려 그와의 인연을 어떻게든 끊어내려 하는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가 장담한 6+α의 성과를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홍준표 대표는 뒤로 물러나고 외부에서 유능한 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해 그의 체제에서 선거를 치르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여당 의원들이 무섭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우습게 생각하는 제1야당의 대표, 그것도 자신들을 도와주는 산타클로스쯤으로 생각하는 야당 대표라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 대표의 얼굴로는 결코 이번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을 것이다. 야당이 강해져야 문재인정부와 여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고,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막말’로 상징되는 당의 얼굴을 바꾸지 못하는 제1야당을 대신해 어쩌면 바른미래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안 야당으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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