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손학규, 왜?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5-03 16:16:02

편집국장 고하승




“손학규가 다시 돌아왔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바른미래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장 겸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는 소식에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렇게 제목을 뽑았다.

아마도 손학규 선대위원장 지지자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일부 지지자들은 선대위원장 직 수락을 ‘독배(毒杯)’에 비유하며 강력히 반대하기도 했었다.

이길 수 없는 선거를 지원해 굳이 망신을 당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바른미래당에 결코 쉽지 않은 선거다. 남북정상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70%대를 훌쩍 뛰어 넘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60%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도 아닌 ‘기호 3번’의 군소정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로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 17곳 중 아직까지도 광역단체 후보를 정하지 못한 곳이 9개 지역으로 절반이 넘는다. 그나마 후보를 낸 8곳 가운데 한번 해볼만하다고 생각되는 지역은 안철수 후보가 나선 서울 한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 위원장을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선대위원장 수락을 반대했을 것이다.

손 위원장도 3일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 지지자들 거의 모두가 반대했고, 저의 정치 행보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던 가족들도 반대했다. 정치를 떠나있던 저에게 많은 분들이 전화로, 문자로 반대의 뜻을 표해왔다. 특히 제가 한동안 살았던 호남 지방의 여론은 심각했다”고 지지자들의 심상치 않은 반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기꺼이 독배를 들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당의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 안철수 후보가 지난달 22일 공개적으로 손 위원장 영입의사를 피력하며 구애의 손짓을 보냈었고, 그 다음 날에는 당 최고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재차 ‘선대위원장 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었다. 급기야 지난달 30일에는 유승민 박주선 두 공동대표가 직접 그와 회동을 하면서 중앙당 선대위원장과 안 후보 선대위원장을 함께 맡아달라고 읍소했다.

평소 ‘선당후사’를 강조하던 그가 이런 당의 간절한 요청을 뿌리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수락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손 위원장은 자신이 선대위원장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지방선거 후에 진행될 정계개편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집권당인 민주당에게 이번 3월과 4월은 매우 ‘잔인한 달’이었다.

야권 시절부터 차근차근 성장했던 인물들이 이런저런 스캔들로 정치 생명이 끊어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민주당 스타였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수차례에 걸쳐 수행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치명상을 입었다. 현재 진행되는 재판의 결과와 상관없이 안 전 지사의 정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여러 방송활동을 하면서 유명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던 정봉주 전 의원 역시 새롭게 정치재개를 꿈꿨지만 ‘미투’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이른바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섰던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외유성 출장 논란과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 연루되면서 자진 사퇴해야만 했다.

성남시장 후보인 은수미 전 의원은 최근 '조폭 연루설'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의원은 최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연루 의혹으로 경남지사 불출마까지 고민했었다. 지방선거를 불과 2~3개월 앞두고 이런 악재들이 잇달아 터져 나온 것이다.

통상적이라면 국민이 이런 정당을 지지할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집권당 지지율은 압도적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현 정부에 대해 ‘묻지마 식’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손 위원장의 생각이고, 그래서 결국 선대위원장을 수락한 것이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그의 발언은 야권 중심축을 한국당에서 바른미래당으로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물론 그의 뜻대로 ‘술술’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그의 의지에 공감하며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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