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次惡투표’ 논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5-17 14:35:32

편집국장 고하승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차악(次惡)투표’ 논쟁이 한창이라고 한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후보를 찍을 것이냐, 아니면 이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자유한국당 소속인 남경필 후보에 투표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남경필 후보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친형과 형수에게 차마 옮기기도 힘든 욕설을 뱉어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선거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남 지사는 지난 15일, 공식적인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초청토론회가 끝난 뒤 인천경기기자협회 소속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욕설 녹음파일문제를 꺼내들었다.

그는 “남의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격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그 인격이 ‘경기도지사에 합당하지 않다’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자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이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졌다.

실제로 “남경필도 싫지만 이재명은 더 싫다”, “이번에 남경필을 뽑을 생각이다”, “기권하면 이재명이 되니까, 전략적 투표하겠다”, “남경필 찍어야 이재명 정치판에서 내보내는 게 쉬워진다”, “일생 처음으로 자유한국당 찍겠다”라는 내용의 글들이 잇달았다.

하지만 남경필 후보 역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 지사 아들이 후임병 폭행, 성추행, 마약 밀반입 등으로 수차례 구설에 오른 탓이다.

그러다보니 민주당 지지자인터넷 카페에선 “둘 다 싫어요, 머리 아파요”라는 의견도 상당했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이게 그리 머리 아플 일은 아니다.

과거 양당체제에선 어쩔 수 없이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후보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을 선택해야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차악투표’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당제다. 굳이 민주당이나 한국당 후보가 아니더라도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 혹은 정의당 등 다른 정당의 후보를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차악투표’가 아니라 ‘차선투표’도 가능하게 됐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민들은 제3의 후보인 바른미래당 소속 김영환 경기지사 후보 등 다른 정당의 후보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것은 비단 경기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서울도 그렇고 인천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이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굳이 차악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차선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선거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차선이 아니면 차악을 뽑는 과정이다.

후보들 가운데 100%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해서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투표 당일 기권해버린다면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즉 100% 흡족한 최선의 후보가 없다면, 차선, 그것도 없다면 차악을 선택해서라도 최악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유권자들은 지금부터라도 후보들의 면면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그들이 제시하는 각종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언컨대 유권자들의 그런 자그마한 노력이 대한민국을 바꾸는 위대한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회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독주,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할 말 못하고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집권여당, 사사건건 발목잡기나 하는 제1야당, 이런 모습은 이미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지금의 문재인정부는 물론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도 똑같은 모습이 나타났었다.

더 이상 이런 모습을 보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특히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깨어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록 ‘나’ 한사람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을지 몰라도 ‘나’가 모여 ‘우리’가 되면, 지방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도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힘이 대한민국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모쪼록 헌법이 보장한 투표권의 정당한 행사를 위해 오늘부터 모든 유권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각 정당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