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률 낮은 여론조사 공개해도 되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5-23 09:40:00

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집중적으로 응답률 1%짜리 여론조사 여러 개가 갑자기 쏟아졌다. 아마 드루킹으로 댓글조작 못하니까 여론조사 조작이 시작된 것 같다. 왜 응답률이 1%인지 설문지를 봤다. 그랬더니 이 내용이 거의 10분을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여론조사 기계 응답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10분이나 붙잡고 있느냐. 일반적인 사람들은 모두 끊어버린다. 응답률 1%로 남는 건 무엇이냐. 양극단만 남는 거다. 소위 문빠와 태극기세력만 농축된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2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전국 공천자대회에서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과연 안 후보의 이 같은 발언 내용은 사실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야간의 과장된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일단 ‘응답률 1%짜리 여론조사 여러 개’라는 표현은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다.

물론 진짜로 응답률이 1%대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개는 아니었다. 다만 5% 미만의 극히 낮은 지지율, 그래서 신뢰도에 의문이 가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러 개 발표된 것은 사실이다.

특정 성향의 유권자 집단이 과대대표 되는 것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런데 응답률이 낮으면, 특정성향의 유권자집단이 과대 대표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안 후보가 언급한 ‘문빠’와 ‘태극기세력’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민심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대상을 무작위 추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응답률이 지나치게 낮으면 이 무작위 추출 노력은 허사가 되고, 민심이 왜곡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학계의 컨센서스는 응답률 33%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적어도 공개되는 여론조사 결과는 10%안팎의 응답률이 나올 경우에만 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응답률은 이보다 현저하게 낮다. 당연히 여론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그 결과는 중도성향의 안철수 후보에게 불리하게 나타난다.

응답률이 낮으면 낮을수록 안 후보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높으면 높을수록 안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는 말이다.

실제 5월 20일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데일리안 의뢰로 5월 18 ~ 19일 2일간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60.1%, 자유한국당 김문수 18.5%, 바른미래당 안철수 12.3%, 정의당 김종민 1.1%, 민중당 김진숙 0.5%, 대한애국당 인지연 1.5% 등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조사의 응답률은 1.7%대에 불과했다. 즉 100명 중 응답자가 두명꼴도 안 되는 것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다.

5월 18일 여론조사공정이 미래한국 의뢰로 5월 14 ~ 16일 3일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원순 57.3%, 김문수 20.2%, 바른미래당 안철수 12.9%, 정호준 0.4%, 정의당 김종민 0.8%, 민중당 김진숙 0.2%, 대한애국당 인지연 0.7% 등으로 나타났다. 이 응답률 역시 4.3%로 매우 낮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다.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응답률일 10%대인 여론조사는 안철수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5월 18일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 의뢰로 5월 16 ~ 17일 2일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원순 49%, 안철수 17.3%, 김문수 9.9%, 정의당 김종민 2.2% 등으로 나타났다. 이 응답률은 16.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3%p다.

5월 21일 일요신문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5월19~20일 2일간 조사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원순 50.1%, 김문수11.2%, 안철수 20.2%, 정의당의 김종민 후보 2.7%, 모름·무응답 9.8%, 지지후보 없음 4.4%, 기타 1.5%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응답률 14.8%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다. (이들 모든 여론조사의 구체적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응답률이 낮은 그래서 특정성향의 유권자가 과대대표 되거나 민심왜곡 가능성이 있는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이 김 후보의 지지율보다 낮은 반면, 응답률이 높아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있는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이 김 후보다 두배 가량 높게 나오는 것이다. 아마도 안 후보는 이런 현상을 알리려고 ‘응답률 1%짜리 여론조사 여러 개’라는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 같다.

그나저나 우리 언론도 미국처럼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언론인의 기본소양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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