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김성태 쇄신안’은 복당파 당권장악 지침서? ...당내 반발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18-06-21 10:49:26

김 대행-복당파 ‘세결집’ 회동...“친박 청산” 등 발언 알려져 빈축
복당파 김영우 “세결집 어처구니없어...국민과 역사 앞에 죄 짓는 것" 내부비판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수습에 나섰지만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복당파와 비복당파 사이의 기싸움 양상으로 분화하면서 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앙당 해체' 발언으로 당내 비판에 직면하게 된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복당파 의원들과 세결집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샀다.

이런 가운데 복당파 내부에서 '김성태 쇄신안'과 '복당파 세결집'에 대해 “당내 계파 갈등이 재연될 경우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복당파 김영우 의원은 2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계파) 갈등이 재연된다면 우리 당은 희망조차 없다. 모든 의원이 선거 참패 여파로 상당히 격앙돼있는데 제대로 된 소통이나 토론,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그냥 갈등 상황으로 간다면 정말 희망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혁신안을 지금 만들 단계가 아니다"라며 "비대위가 만든 혁신안도 아닌 상황에서 권한대행의 한두 마디를 혁신안으로 이야기하기 어렵고 당내 의견을 거친 게 아니므로 통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또 친박 청산의 내용을 담은 메모가 담긴 복당파 박성중 의원 휴대폰 화면이 언론에 알려진 데 대해서는 "사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맹비난했다.

앞서 김성태 권한대행은 지난 19일 중앙당을 해체하겠다는 등의 쇄신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직후 반발에 직면하자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 10여명과 회동해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친박계를 청산해야 한다는 취지의 모 복당파 의원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당시 해당 내용을 휴대폰에 메모했던 복당파 박성중 의원이 해당 내용을 취재진 카메라에 노출시킨 것이다.

박 의원 휴대전화에 적힌 메모에 따르면 이들 복당파 의원들은 이날 모임에서 '친박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적으로 본다/목을 친다' 등의 '살벌한' 대화를 나눴다.

박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복당파 (모임) 안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 요지만 적은 것"이라며 복당파 세력화의 필요성이 내부에서 제기됐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그는 “(복당파 모임에서) 어느 한 분이 친박들이 세력화하려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며 “친박들이 나중에 우리를 적으로 볼 것이다. 우리도 세력화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친박계는 김성태 쇄신안이 결국 복당파가 당 주류로 올라서기 위한 '친박 청산' 전략이라며 강력반발하는 분위기다.

한선교 의원은 “김성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어떤 세력이 결집해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밝혔고, 김진태 의원도 “철 지난 친박한테만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전부 지우려고 하는 건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마음에 안드는 친박 다 쳐내고 우리가 당권을 갖고 어떻게 좀 해보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짐작과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내 모 중진 의원은 "쇄신안이라는 게 결국 친박과 비박 프레임을 몰아가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재 당에 친박은 이름만 남았지 탄핵 직후 정작 친박 타이틀을 갖고 한 것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계파 대립 구도를 만들어 일부 의원들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하고 불순한 싸움으로 몰아붙여 당권 재장악을 위한 판을 깐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의원도 "쇄신안은 사실상 계파싸움을 대비한 복당파의 작전 지침서"라며 "프레임을 만들어 세를 규합하고 복당파의 힘을 과시하고자 한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초선의원들도 지난 19일 긴급 모임을 소집하고 쇄신안이 계파 다툼으로 번지는 데 대해 강하게 성토했다.

이들은 특히 김 대행을 지목, 복당파 의원 모임에 갔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당시 참석했던 한 초선 의원은 "결국 다시 친이-친박 이냐"며 "초선 의원들이 완전 열받은 상황"이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이에 따라 쇄신안 추인은 이날 의총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큰 가운데 김 권한대행 등이 추인 강행을 주도할 경우, 분당 각오까지 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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