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개헌무산, ‘야당 탓’이라고?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7-02 12: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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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연일 개헌과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개헌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일 "국민개헌을 추진해 나가야할 판에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묵묵부답으로 침묵을 지키는 것은 개헌을 하지 않으려는 속내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몇 달 전만 하더라도 관제개헌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한국당을 비롯해 야4당을 반(反)개헌세력으로 몰아붙였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지방선거가 끝나고 정작 국민과 약속한대로 국민개헌을 추진해나가야 할 시점에 민주당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은 촛불의 명령이라던 민주당, 그새 그 명령을 까먹은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개헌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 찬성인지 반대인지 국민 앞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수차례 개헌을 촉구했지만 여당인 민주당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국민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인 만큼 제20대 국회 존재의 이유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 민주평화당도 올해 안, 늦어도 12월 까지는 개헌을 완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개헌논의에 나설 의사가 전혀 없는 것 같다.
실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이었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일 “12월 개헌안에 신경 쓰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안 든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이날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 입니다”에 출연, “지금 경제적인 문제, 남북관계, 북미관계, 그것을 비롯한 외부관계 등 굉장히 현안들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개헌논의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야당의 표결 불참으로 인해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가 무산됐다며 그 책임을 야당에 전가했다. 따라서 야당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 책임’이라는 민주당의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 모든 야당은 대통령 개헌안을 자진철회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 바 있다.
심지어 민주당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정의당마저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기회를 이렇게 흘려보내는 것은 촛불을 들어 민주공화국을 부활시킨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대통령과 여당의 (개헌안 철회)결단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아무리 제왕적대통령이라고 해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모든 야당의 요청을 외면하고 여당이 독단으로 개헌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따라서 당시 정부와 여당이 개헌안을 철회하지 않고 강행한 것은 개헌안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게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여당은 지방선거 이후에 개헌논의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대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야당을 탓하며, 개헌논의에 나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대통령 개헌안 무산의 책임은 모든 야당의 요구를 짓밟고 힘으로 밀어붙이려한 정부와 여당에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다. 특히 대통령 개헌안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이른바 ‘제왕적대통령제’의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라는 ‘촛불시위’에 담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실제 대통령 개헌안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대신,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단지 대통령의 임기만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나라의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는 개헌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문제다. 대통령제의 적폐를 청산하기위해서라도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민주당은 야당을 탓하기에 앞서 잘못된 개헌안을 밀어붙이려한 책임을 통감하고, 철저하게 반성하며 개헌논의에 나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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