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악화, 여전히 이명박-박근혜 탓?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7-12 12:22:05
편집국장 고하승
대한민국 20대 젊은이들과 40대 가장들은 지금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며 가슴으로 울고 있다.
그런데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의 위기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문’이라며 여전히 과거 정권을 탓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12일 현재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 증가폭이 5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에 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지표를 나타냈다. 실업자는 6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다.
올해 취업자 증가폭은 1월 33만4000명에서 2월 10만4000명으로 대폭 하락했으며, 특히 5월에는 7만2000명 증가로 10만명대마저 붕괴되고 말았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대 이하를 나타낸 것은 2010년 2월 이후로 처음이다. 18년 만에 최악의 고용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 역시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20대 청년실업률과 40대 가장들의 실업률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에 달했다. 그러나 체감실업률은 무려 22.9%로 대한민국 청년 4명 중 한명이 사실상의 실업자인 셈이다.
또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가 청년들에게 창업을 독려해 결과적으로 그들을 빚의 수렁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의 가장이자 경제 활동의 중추 역할을 하는 40대 남성의 고용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실제 지난달 40대(40~49세) 남성 취업자수 감소폭은 8만명에 달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절이었던 1998년 8월(-8만2000명) 이후 근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과 임시·일용직 고용 감소가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2만6000명 줄면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40대 여성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40대 여성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4만8000명 줄어 지난해 5월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16.4%) 여파로 의복 제조업, 도소매·숙박음식점업, 교육 서비스업 등의 일자리가 감소해 40대 주부들의 고용 환경이 악화된 결과라고 한다.
이쯤 되면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마땅히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옳다.
그런데 ‘남 탓’을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실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5개월 연속 일자리 증가가 좋지 않다”며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산업 전반의 구조개선에는 소홀한 채 건설 및 토건 사회간접자본(SOC)에만 집중했고, 우리의 주력 산업인 조선, 기계, 철강, 자동차, 화학 등 제조업은 그만큼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명박·박근혜정부가 SOC에 집중한 탓에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아직 한두 달밖에 안됐다면 이런 책임전가가 가능할지 몰라도 1년이 훨씬 넘은 이 시점에 와서 과거 정권을 탓하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입각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경제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 아닌가. 그게 과거 정부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인가.
현 정부와 여당은 남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먼저 되돌아보고 바로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 지지율과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선거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70%대의 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70%대가 붕괴된 후에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5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던 민주당 지지율도 이미 40%대로 내려앉았다.
민심은 ‘4.27판문점회담’에 박수를 보내고,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도록 힘을 보태주었지만 경제위기에 대해선 단호하게 그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지지율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2020년 총선에서 그런 심판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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