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독일식 내각제를 꿈꾸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7-16 13:55:11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오늘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변화의 시대: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정치권의 오랜 화두인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자리가 제70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두고 마련됐다는 점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손 전 대표는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지난 대선 당시엔 ‘제 7공화국’을 화두로 정계복귀를 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그러면 손 전 대표가 꿈꾸는 ‘제7공화국’은 어떤 형태의 개헌을 의미하는 것일까?
당초 내각제 반대론자였던 그는 대선당시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송년 후원의밤에서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왜 자신이 반대하던 내각제 개헌을 지지하게 된 것일까?
손 전 대표는 “독일이 1949년 정권수립 이래 8명의 국무총리로 정치적 안정과 경제부흥에 통일까지 이루고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데는 정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알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은 다당제 의회에서 연립정권으로 정치적 안정을 확보했고 합의제 민주주의의 협치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통해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되었다. 촛불시위에서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은 바로 그런 잘못된 국가의 시스템을 바꿔달라는 국민의 간절한 외침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제왕적대통령제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단지 대통령의 임기만 5년 단임에서 4년 연임이 가능하도록 한 개헌안을 발의했다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개헌동력이 상실되지 않을까 걱정하던 시점에 손 전 대표가 이날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논의에 불을 댕기는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사실 87년 체제가 그 명운을 다했다는 것은 이미 전문가들은 물론 국민들도 익히 인지하고 있는 터였다. 특히 대통령제 하의 역대 모든 대통령이 불운한 임기 말을 보냈다는 점에서 제왕적대통령제 폐해의 심각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일이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외국에서 쓸쓸한 임종을 맞이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하의 총을 맞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식들이 감옥에 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 감옥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문재인 대통령 역시 임기 말 혹은 퇴임 이후에 어떤 불행한 일을 맞이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불행한 역사, 즉 ‘대통령 오욕의 역사’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자면 제왕적대통령의 권력을 해체해야만 한다.
사실 우리나라 임시정부는 비록 주석제이긴 하지만 내각제 성격이 강했었다. 대한민국 최초 헌법안 역시 내각제였는데, 독재자 이승만이 몽니로 대통령 중심제로 헌법이 바뀌고 말았다.
이후 이승만의 하야로 의원내각제를 골자로 하는 제2공화국이 들어섰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쿠데타 세력이 다시 대통령제로 환원시키고 말았다.
87년 체제 역시 박정희 쿠데타의 연장선인 제왕적대통령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체제다. 실제로 전두환 정권인 5공화국과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6공화국의 차이는 단지 간선제냐, 아니면 직선제냐 하는 대통령 선출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제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해체하고 의원내각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국회의원들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유능한 인재들이 국회에 진출하기 어렵다. 오히려 공천권자의 눈치나 보는 무능한 사람들이 금배지를 달 확률이 더 높다. 따라서 현재의 선서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확대 개편하는 동시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지역 간 편차를 줄여야 한다. 그것이 손 전 대표가 추구하는 선거구제 개편방향이다.
모쪼록 오늘 세미나를 통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물론 그 방향은 독일식 내각제 개헌이고, 다당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거구제 개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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