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기자에게 묻는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7-26 13:47:23

편집국장 고하승




주진우 씨, 그대가 정녕 기자인가?

아니면, 특정사상을 전파하는 ‘이념 전달자’인가?

‘나는 제3자’ 라고 주장했던 주진우 기자의 참고인 조사 발언과 정면 배치되는 배우 김부선씨의 녹취록이 잇달아 공개됐다.

26일 법률방송뉴스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 주진우 기자는 이재명 지사와의 사과문 조율 후 불륜 사실을 털어놓은 김부선씨에게 “이재명을 가만 안 두겠다”는 답을 주고 연락이 두절됐던 것으로 보인다.

전날 경기 분당경찰서에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주진우 기자는 “사과문을 대신 써주거나 코치했다는 건 상황이 다르다”며 “나는 사적 내밀한 관계에서 제3자이며 둘 간의 관계를 어떻게 하거나 위협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주 기자는 “김부선씨가 다급하게 요청 해 도우려고 나선 것이고 김씨가 이후 고맙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며 “어떤 얘기를 들었다 하더라도 한 글자도 기사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개된 녹취록에는 김부선씨가 지난 2016년 12월 ‘시사인’에 직접 전화를 걸어 편집국장에게 연락이 안 되는 주진우 기자를 성토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김 씨는 녹취록에서 “내가 허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은 주진우 기자만 알고 있다”며 “평소 주 기자를 존경하고 아주 긴밀히 지냈던 친구인데 모사를 꾸며 나에게 몹쓸 짓 했다”고 주장했다.

YTN 뉴스나이트가 전날 공개한 음성 파일에는 주진우 기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글에다 뭐하러 썼어? 성남에 있는 그것도 있었잖아. 이게 특정인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뭐라고 정리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김부선으로 추정되는 여성은 "그것 좀 만들어줘. 나 지금 경찰 조사 때문에 너무 신경 쓰여서 너무 힘든데"라고 답했다.

이런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주진우 기자는 이미 ‘제3자’가 아니다.

따라서 주 기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는 "저도 제3자다. 남녀의 사적인 관계에 대해 타인이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물론 언론인이 일반인의 ‘사적 관계’를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런데 그 당사자인 이재명 도지사라면 그건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는 공인이다. 더구나 이 문제가 6.13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이미 ‘여배우 스캔들’ 사건은 ‘사적’ 영역을 벗어났다.

따라서 주 기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사적 관계’라는 변명으로 침묵해서는 안 된다.

특히 주 기자가 지난 2011년 BBK 사건으로 복역 중인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이 이명박 대통령과 자신이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주장한 내용을 폭로한 일이 있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실제 당시 주진우기자는 한 공연장에서 열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콘서트 현장에서 에리카 김과 나눈 대화 녹취 내용을 공개하며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를 지적했다.

이명박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선 폭로하면서 이재명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선 ‘사적관계’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건 그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가 경찰조사를 받고 나오는 현장에서 보인 반응이다.

실제 그는 느닷없이 “조선일보가 얘기하라고 한다고 해서 제가 얘기해야 됩니까? 아니, 조선일보가 언제 진실을 따졌어요? 언제 정의를 따졌어요?”라고 ‘조선일보’를 언급하는가하면 “중앙일보가 저한테 진실을 얘기하라는데 중앙일보가 솔직히 말해서 제가 홍석현 회장 비자금 계좌, 해외에 숨겨 놓은 비자금 깠다고 지금 그런 거잖아요. 그리고 선거에 이용하려고 사람들 이렇게 저렇게 이름 부르는 거 언론이 거기 나서서 하는 거 다 알지 않습니까?”라고 ‘중앙일보’를 들먹이기도 했다.

이 황당하고도 돌발적인 반응은 아마도 의도적인 것일 게다.

즉 보수성향의 ‘조선’과 ‘중앙’을 들먹이면서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계산된 발언일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주 기자에게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는 보수 언론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시민일보도 하고 있고, 진보성향의 소설가 공지영 작가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밝히라는 데, 왜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가르려 하는가.

진실을 밝히는 건 기자의 당연한 책무이고, 진보와 보수로 편을 가르는 건 ‘이념 전달자’들이 나 하는 짓이다. 다시 한 번 묻겠다. 그대는 기자인가, 아니면 한낱 ‘이념전달자’에 불과한 것인가. 후자라면 당장 ‘기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라. 같은 언론인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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