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퇴행 인사’ 실망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8-30 12:32:02

편집국장 고하승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는 물론, 간첩 활동으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인사에서부터 성희롱 전력이 있는 인사까지 마구잡이로 차관급에 기용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퇴행적 인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30일 “문재인 정부 인사가 금도를 넘었다”며 “기본적인 자질조차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 이념에만 맞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자리에 앉히다 보니 비상식적 인사가 단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이번에 이례적으로 발탁된 강신욱 신임통계청장은 통계 관련 경력이 부족한 인사라는 지적이다. 실제 그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기반을 갖는 맑시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에도 주로 노동정책 등을 담당했을 뿐이어서 통계 관련 분야에선 사실상 ‘주변인사’로 취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야당에선 악화되는 경제지표에 불만을 가진 청와대가 입맛에 맞는 통계를 만들어 줄 강 원장을 선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특히 강 원장은 보건사회연구원 재직 당시 청와대에 통계청 결과와 다른 소득 지표 자료를 제출한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그런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공무원노조는 “통계를 정쟁에 이용하지 말라”면서 “아무런 이유 없이 통계청장이 바뀐 이유가 뭔지 청와대가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는 전날 내부망에 올린 성명서를 통해 "소득 분배와 고용 악화 통계가 발표돼 논란이 되는 시점에서 청장의 교체는 앞으로 발표될 통계에 대한 신뢰성을 잃게 할 것"이라며 "통계의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황수경 전 청장이 아무런 이유 없이 경질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가 납득 가능한 해명을 내놔야 한다"고 반발했다.

간첩활동의 이력이 있는 황인오 강원랜드 상임감사위원회 후보도 문제다.

황 씨는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적화통일 완수’라는 북한의 계획에 동조해 1990년 입북했고, 이후 북한 노동당에 가입했으며 ‘중부지역에서 당을 조직하라’는 지령을 받고 남파됐었다. 이런 혐의로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물론 김대중 정권 당시 집행정지로 풀려났고, 노무현 정부 때 특별사면복권을 받았으나, 이런 인사를 차관급으로 기용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욱 가관인 것은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장 후보다.

서 후보는 감정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6년 여직원에게 “양놈들은 너 같은 타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피부가 뽀얗고 날씬해서 중국 부자가 좋아할 스타일이다”라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이 드러나 결국 해임됐던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성 관련 범죄 인사를 고위공직자 후보자에서 원천 배제할 뜻을 밝혔지만 말 뿐이라는 게 여실히 입증된 셈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퇴행적 인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집권 첫 해 장관인사 때에도 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인사들에 대한 인사 강행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은 바 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반 국무위원 등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후보자가 자진해서 사퇴하거나 지명을 철회한 경우,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경우가 과거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등 보수 정권에 비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도덕성 등에 있어서 결격사유가 있는 인사들이 대거 문재인 정부의 장관으로 임명됐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제시한 ‘인사 배제 5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도 부지기수였다.

적어도 도덕성 문제에 있어선 문재인 정부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나을 게 없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보다 더 심한 결격사유를 지닌 인사들을 임명하거나 후보로 내정하고 있으니 실망이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문재인정부, 그래도 도덕성만큼은 과거 정부보다 나을 것이라고 기대 때문에 ‘고용쇼크’나 ‘빈부격차 심화’ 등의 어려움을 참고 인내했는데, 그런 기대마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이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혹시 청와대라는 구중궁궐 내에서 인의장벽에 둘러싸여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디 올바른 인재를 널리 등용하는 현명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그 시작은 잘못된 후보내정을 철회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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