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업무로 지병 악화된 배송기사 '産災'

고수현

smkh86@siminilbo.co.kr | 2018-09-16 17:15:49

法 "업무와 상관관계 있다"

[시민일보=고수현 기자]고혈압, 당뇨등 지병이 있었더라도 추석을 앞두고 급증한 업무 때문에 병세가 악화했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2행정부(안종화 부장판사)는 뇌경색으로 사망한 배송기사 A씨의 아내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경기도의 한 농산물 판매업체에서 배송기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12년 10월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과도한 배송업무 탓에 뇌경색 등이 발병했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병인 고혈압과 당뇨 탓에 뇌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법률구조공단을 찾았고, 장애인 무료법률구조 대상자에 해당해 공단의 도움을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고인이 고혈압과 당뇨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고, 음주와 흡연을 했으며 나이가 5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고혈압, 당뇨 등이 악화해 뇌경색으로 발전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뇌경색 발병 무렵의 급격한 업무증가와 스트레스로 인해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했던 기초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했다고 추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국 뇌경색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인이 일주일에 3∼4일은 새벽 3∼4시에 출근해 장거리 배송업무를 하고, 월급 170만원을 받으면서 근무시간이 매주 76∼78시간에 이르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2012년 1∼2월 기준으로 20t 내외였던 배송량이 추석이 있던 그해 9월에는 66t으로 급증한 사실에도 주목했다.

한편, A씨는 소송 도중 지난 2월 지병이 악화해 세상을 떠났지만, 아내 이씨가 소송을 이어받은 끝에 승소했다.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유족들은 그동안 받지 못한 요양급여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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