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정계개편 구상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18-09-30 14:32:09

편집국장 고하승


여의도 정가에선 각종 정계개편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미 그런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당장 민주평화당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평화당은 앞서 국민의당 시절 같은 소속이었다가 바른정당과의 통합과정에서 탈당한 손금주·이용호 무소속 의원을 영입하시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으나, 두 의원 모두 입당을 거부했다. 함께 원내교섭단체만이라도 구성하자는 제안마저 일축해 버리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초선의원들의 동반 탈당설까지 제기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실제 김경진 의원은 추석연휴 당시 자신의 지역구 귀성 현수막에 당명을 빼고 당의 고유색인 연두색이 아닌 파란색 바탕에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 글귀의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용주 의원도 정동영 체제가 들어선 이후 어떠한 당직도 맡지 않는가 하면, 당의 공식행사에도 잇따라 불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두 의원의 동반탈당설이 지역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이용주 의원은 동반 탈당설에 대해 "와전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12월 이후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완전히 문을 닫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12월 정도 되면 정계개편이 가시화돼 평화당이 깨지거나 바른미래당이 깨지는 등 어떤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오갔다"며 "12월쯤 돼서 선거제도 개편이 명확해지지 않을 경우에는 일부 탈당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고, 그때 논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즉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12월이면 탈당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당 유성엽 의원도 바른미래당 손학규 체제 출범에 맞춰 바른미래당과 다시 손잡고 '제3지대'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의 정계개편 구상은 그런 게 아니다.

손 대표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평화당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내 합리적 진보 세력과의 연대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대통령의 권위에 찍소리도 못하지만 내년 중반 즈음에 가면 파열음이 있을 것이다. 이번 지도부 선거에선 전부 친문만을 주장했지만, 개중엔 합리적, 개혁적 진보주의자들이 있다. 그 사람들과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축해서 다음 집권을 위한 대안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바른미래당은 아직 그 역량이 안 된다. 제대로 내부 혁신해서 뿌리를 단단히 내려야 한다. 그 이후에야 우리는 ‘앞장설 테니 함께하자’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바른미래당이 혁신의 뿌리를 내린 후에는 민주당내 합리적 진보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것이란 뜻이다. 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슈로 인해 하락세를 마감한 듯 보이지만 경제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언제든 급격한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열린우리당’처럼 급속하게 붕괴될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에 합류하려는 인사들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손 대표가 다름으로 생각하는 연대 세력은 ‘호남’이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호남은 민주평화당이 아니다.

실제로 손 대표는 “우리 당의 결정적 약점이 통합과정에서 호남을 버린 거다. 호남 국민들도 우릴 내다버렸다. 심지어 우리를 심판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런데 우리 당이 처음 3당이 될 때 전적으로 호남표를 얻었다. 그 호남을 버려서 지금의 우리가 된 거다. 호남 없는 야당은 아니다. 어떻게 호남의 신뢰를 얻을지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 우리가 고개 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대안정당이 될 수 있을 때 호남 국민들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남을 강조하면서도 ‘민주평화당’이라는 정당명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정당 지지율 1% 안팎에 그친 평화당은 ‘호남민심’을 얻은 정당이 아니라고 판단 한 듯하다.

손 대표가 말미에 “그분들(호남주민들)은 매우 전략적인 분들”이라고 언급할 것에 비춰볼 때, 더욱 그렇다. 결과적으로 민주당내 개혁성향의 합리적 진보세력과 연대해 바른미래당을 호남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우뚝’ 세운 후에 평화당 의원들을 일부 선별 연대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바른미래당이 지역위원장 임명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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