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대 출마가 ‘권력욕’?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4-05-27 1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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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오는 8월경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이기다.


    그에 대해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한동훈 대세론’이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한동훈이 당 대표 선거에 나서면 당선될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당 안팎에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나경원 당선인은 27일 한동훈 전대 출마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나 당선인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토론회에서 "결국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해 나가느냐가 여당 대표 역할의 절반 이상이라 생각한다"라며 "현재 시점에서 용산(대통령실) 하고는 밥도 안 드시는 것을 보니까 쉽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가 한 전 위원장이라면 (전대에) 출마하지 않을 것 같다. 본인에게 별로 이득이 되지 않는 당 대표라고 생각한다"라며 "오랫동안 당 대표였던 분들이 많이 대권에 거론됐지만, 결국 오르지 못했다. 아주 위험성이 높은 자리"라고도 했다.


    나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은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을 향해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이 당 대표에 도전하고 싶은데 한동훈 전 위원장이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의 희박한 까닭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도 한동훈 출마설에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 당선인은 전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에 출마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한두 달 전까지 무소불위 권력으로도 해내지 못했던 분이 지금 다시 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굉장히 뭔가 바뀌어야 한다. 양재도서관에서 책 몇 권 읽으시고 바뀌었다고 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때는 못 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나온다는 것을 세 글자로 줄이면 권력욕"이라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정치권의 ‘세대교체’라는 화두를 놓고 한동훈과 주도권 다툼을 벌일 사람은 자신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아마도 그에게 한동훈이라는 존재는 눈엣가시일 것이다.


    그런데 나경원과 이준석의 비판은 ‘차기 대권 주자 한동훈’이라는 잘못된 가설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만일 한동훈 전 위원장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이번 전대에 등판하려 한다면, 그것은 이준석의 지적처럼 “권력욕”이기에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나경원의 지적처럼 이득이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한동훈의 등판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당헌상 ‘당권·대권 분리 규정’이 있다. 당헌에 따르면 ‘대선 경선에 참여하려는 자’는 선거 1년 6개월 전에 당 대표를 사퇴해야 한다.


    대통령이 제왕적인 당 총재를 겸임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년 전에 도입한 규정이다. 다음 대선은 2027년 3월 3일이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 당선자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1년 6개월 전인 2025년 9월 초에는 사퇴해야 한다.


    2년 임기의 절반만 채우고 중도에 물러나야 한다. 그러면 차기 대권 욕심에 임기를 채우지도 못할 것을 알면서 전대에 출마했다는 질타가 쏟아질 것이다. 그걸 감당하기는 어렵다. 설사 예선을 통과하더라도 민주당 후보와 맞붙는 본선에서 그런 여론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따라서 그가 등판한다면 그건 총선패배에 따른 책임의식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되어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고 승리로 이끌어 총선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라고 봐야 한다.


    그것이 한동훈 위원장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즉 차기가 아니라 차차기를 노린다면, 가령 오세훈 서울시장과 손을 잡고 자신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오 시장은 차기 대권 주자로 밀어주는 전략적 제휴도 가능할 것이다.


    그래야 지난 총선과 같은 정치 경험 부족에서 오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탄탄한 입지도 구축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특히 당 대표로 선출되면 자신의 대권욕 대문에 중도하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은 이번 전대 출마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금상첨화(錦上添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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