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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4·10 총선 사전투표율 목표치가 최종 사전투표율과 일치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앞서 민주당 김민석 선대위 종합실장은 지난 3일 '사전투표율 31.3%', '전체투표율 71.3%'라는 구체적 목표치를 제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오후 6시 기준 투표율이 31.28%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틀간 전국 3565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중 1384만9043명이 참여했다. 이는 사전투표가 적용된 역대 총선 중 최고 기록이다.
이 정도면 비교적 잘 맞춘 셈이다. 그런데 30%를 조금 넘어설 것이란 예측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민경욱 가가호공명선거대한당 공동대표는 7일 사전투표율이 민주당이 제시한 목표치와 거의 비슷하다며 다시 부정선거 음모론을 슬쩍 내비쳤다.
황 전 대표와 민 대표는 그동안 사전투표의 경우 부정선거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며 사전투표 반대 의견을 줄기차게 피력해 왔다.
황 전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4월 5일, 6일 이틀간 사전투표가 끝난 결과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인 31.28%가 나왔다"라며 "민주당의 목표치 그대로 사전투표율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볼 때 이상한 느낌이 든다는 황 전 대표는 "전체투표율이 과연 얼마가 나오는지 보겠다. 민주당이 사전투표율을 족집게처럼 맞힌 것인지, 아니면 그 투표율이 우리가 그토록 걱정하는 부정선거 세팅 값의 결과인지, 본투표가 끝나고 나면 다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경욱 대표도 SNS에 "민주당이 사흘 전에 사전투표율을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게 맞혔느냐"고 역시 의문을 표시했다.
그러자 김민석 민주당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죄송하다. 사전투표율 조작설에 휘말렸다"라고 꼬집는 글을 남겼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마당에서도 황 전 대표와 민 대표는 여전히 사전투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으니 조금은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IT 강국’이기도 하다. 탄탄한 국가시스템을 가진 선진국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아프리카나 동아시아의 어느 후진국에서나 있을법한 부정선거가 벌어졌다는 음모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을 마냥 나무랄 수만도 없다. 그동안 선거관리위원회의 행태를 보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인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녀 대선 당시 선거 당일인 3월 5일, 코로나 확진·격리 유권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소쿠리나 라면 박스, 비닐쇼핑백 등에 담아 옮기는 황당한 ‘소쿠리투표’ 사태가 벌어졌는가 하면, 지난해 5월 불거진 선관위 직원 자녀 특혜채용 의혹은 부정부패의 압권이었다.
국민권익위가 2017~2022년 7년간 경력직 채용 전수조사 결과 58명 부정합격을 포함, 무려 353건의 부정사례가 적발됐다. 국가정보원이 북한으로부터 7차례나 해킹당한 사실을 선관위에 통보했으나 무려 2년간 보안점검조차 받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선관위는 그런데도 부정선거는 없었다고 항변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를 향한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서 여전히 부정선거에 대한 의구심을 지닌 유권자들이 상당하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한 40대 유튜버가 선관위의 사전투표 조작 여부를 감시할 목적으로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하는데, 이런 장치가 전국 40개 사전투표소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그만큼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다는 것이다.
이건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동안 부실한 선거관리와 무사안일한 업무 행태가 초래한 결과이다. 이번 총선이 선관위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기회이기도 하다. 신성한 한 표가 잘 지켜지도록 철저하게 선거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황교안 전 대표와 민경욱 대표 같은 음모론자들은 이제 괜한 음모론으로 국민의 불안을 부채질하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지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부정선거 음모론 탓에 잃어버린 보수표는 상당할 것이다.
혹여라도 그들 때문에 단 한 사람이라도 사전투표의 기회를 놓치고 본투표마저 할 기회를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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