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청래, 굿캅-베드캅 역할 분담? 아니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5-09-11 10: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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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여야 원내대표가 전날 합의한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 수정안’을 백지화하고 말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도부 뜻과 다르다”라며 재협상을 지시한 탓이다.


    사실 당 대표가 원내대표에게 지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거 3김 보스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로 그때는 원내대표가 아니라 원내총무로 불리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다.


    의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당수가 임명하는 체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원내총무는 당수의 최측근 실세가 지명되는 경우가 잦았다. 실제로 김영삼의 최측근이었던 최형우와 김동영이 각각 통일민주당의 2대 원내총무와 민주자유당의 초대 원내총무를 지냈었다.


    하지만 원내대표라는 직책은 각 의회 내 의원 중의 대표를 뜻한다. 국회법에 따라 지칭되는 공식 명칭은 대표의원이다. 공문에서 사용하는 공식 직함 또한 'OO당 대표의원'이다.


    당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각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의원총회를 통해 선출한다. 당 대표가 임명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당 대표와 함께 ‘투톱’으로 불린다.


    원내대표는 당 대표와는 공공연하게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정청래의 재협상 지시에 따라 원내대표가 어렵게 합의한 것을 백지화하는 기막힌 일이 발생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처럼 빠르게 ‘정청래 당’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국회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을 정 대표가 장악함에 따라 국회는 ‘정청래 국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 대표가 원하는 것이면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다. 정 대표를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건 그래서다.


    심지어 용산의 권력인 이재명 대통령도 그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여야 대표 회동에서 협치를 당부했으나 불과 하루 만에,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위헌 정당 해산'이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국회 대표 연설에서 정 대표는 ‘내란’ 26번, ‘청산’ 19번을 외치는 동안 이 대통령이 강조한 ‘협치’와 ‘통합’이란 말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셈이다.


    사실상 현재 권력인 용산 대통령에 미래 권력인 여의도 대통령이 맞서는 형국이다.


    대통령실이 검찰개혁 후속 입법을 민주당이 아닌 정부가 주도하겠다고 밝힌 것은 폭주하는 정청래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실제로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수청 등) 신설되는 새로운 수사기관들이 역할을 하면서도 권한이 남용돼서도 안 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공수처법, 중수청법, 형사소송법 등 개정을 모두 정부 입법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국회가 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검찰개혁 입법을 국회가 주도하도록 했다.


    당정청이 중수청을 법무부가 아닌 행안부에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 기능을 이관할 중수청을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할 것을 요구해온 민주당이 강경파를 중심으로 보완수사권과 수사지휘권 등 후속 입법에도 목소리를 높이자 “이제 당은 빠지라”라며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이에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검찰개혁 강경파는 정부 입법안이 나올 때까지 지켜본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완강한 입장이다.


    민주당에선 “정부안이 나오더라도 결국 최종 입법은 국회에서 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안에 대해 정청래 대표의 민주당이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른바 ‘명청(이재명-정청래)대전’이 본격화 하는 셈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가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해 둘이 ‘굿캅-베드캅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라거나 ‘명청대전도 짜고 치는 고스톱일 뿐’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그러기엔 정청래 대표의 폭주가 너무 나갔다. 이제 취임 100일인 이 대통령이 자신을 능가하는 미래 권력을 두고 볼 리 만무하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다.


    이른바 ‘트러블메이커’ 이미지로 살아남았던 정청래, 그런 이미지로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까지 이르렀으나 어쩌면 그로 인해 무너질지도 모른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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