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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가를 유령처럼 떠돌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1월 위기설’이 현실로 나타났다. 유령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1심)을 선고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무죄'를 외쳤지만, 법원은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로써 이재명 대표의 야권 유력 대권 주자 지위도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선고 다음 날 민주당이 서울 광화문에서 세 번째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으나 참여 인원은 그다지 많이 늘지 않았다.
실제로 민주당은 집회 참석 인원을 30만 명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야당 집회에 2만5000명이 모인 것으로 비공식 추산했다.
민주당은 지난 장외집회가 열렸던 2일과 9일 각각 30만 명과 20만 명이 참가했다고 자체 주장했으나, 경찰은 2일 1만7000명, 9일 1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었다.
16일 장외집회는 합동 집회로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 5당과 친야성향 시민단체까지 참여했다. 그런데도 경찰 추산 고작 1만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1야당의 수장이 정치생명 최대 위기를 맞은 것에 비하면 참가 인원이 크게 늘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민주당 참가자들만 놓고 볼 때 1차나 2차 집회보다도 그 수가 더 줄었을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특히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선고가 이 대표 정치 인생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은 지난 9월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징역 2년을 구형한 공선법 위반혐의보다도 무거운 형을 구형한 것이다. 유죄가 선고될 경우 공선법 보다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보다 이 사건 재판에 더 신경을 많이 쓴 것은 그런 이유다.
실제로 최근 일주일간 이 대표가 올린 SNS 25건 중 6건(24%)이 위증교사 혐의를 반박 내용이었다. 지난 11일에는 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한 김진성 씨와의 통화 영상을 SNS에 공유하고 결백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김진성에게 '기억을 되살려 있는 대로 말해달라'는 취지를 반복적으로 말했다. 이것을 '위증교사다, 위증교사에 따라 위증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라고 했다.
이처럼 이 대표가 이 사건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이유는 공직선거법 위반은 집행유예 판결이 날 수 있지만, 위증교사 사건은 실형 선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건은 2002년 방송사 PD와 공모한 이 대표가 검사를 사칭해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벌금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8년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 이 대표는 해당 사건에 대해 "사칭한 적이 없다. 누명을 썼다"고 말해 허위사실 공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2002년 당시 성남시장 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전화로 위증을 요구했다는 것이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공개된 30분 분량의 녹취록에는 이 대표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김 씨에게 "그 부분을 기억해 주면 도움이 될 거 같은데"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는 등의 말을 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유도하는 발언이 담겼다.
이 사건과 관련해선 지난해 유창선 판사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그만큼 유죄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큰 사건이다.
문제는 이 대표 앞에 놓인 사건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는 30일에는 이 대표가 연루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의혹 등에 대한 2심 판결이 나온다. 1심에서 이미 9년 6월의 중형이 선고된 만큼 2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이 대표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구속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이외에도 백현동과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에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 ‘산 넘어 산’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장외집회로 방탄에 열을 올리더라도 백약이 무효다.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모든 탐욕을 내려놓고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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