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선임된지 불과 9시간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과거 ‘미치광이’ 수준의 부적절한 글을 여러 차례 쓴 사실이 드러났고, 당 안팎의 비난이 거세자 결국 항복한 셈이다.
물론 그는 물러나면서도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했다. 반성의 기미는커녕 되레 ‘남 탓’을 하며 유감까지 표명한 것을 보면 그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이 비정상적이다 못해 ‘미치광이’ 수준이라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하는 것 같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 내에서 그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이래경 씨를 “따뜻한 가슴, 냉철한 현실 인식과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정말 이래경 씨가 냉철한 사람일까?
그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 "아마 지난 한국 대선에도 미국 정보 조직들이 깊숙이 개입했을 것"이라며 '대선 조작설'을 제기하는가 하면, 2020년에는 "코로나19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말 황당하다. 아니 제정신이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3월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쟁고아들을 보호한 푸틴”이라며 옹호했다. 심지어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군을 전범으로 체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까지 공유했다.
특히 그는 올 2월 페이스북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세력들이 이번엔 궤도를 벗어난 중국의 기상관측용 비행기구를 마치 외계인의 침공처럼 엄청난 ‘국가위협’으로 과장해 연일 대서특필한다”고 썼다.
천안함 자폭이라니.
이건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미치광이나 생각할 수 있는 ‘음모론’이다. 어떻게 천안함이 자폭해 우리 젊은 장병들을 수장시켰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민주당에선 정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천안함 자폭’ 설을 제기한 이래경 씨가 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에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현충일 선물 잘 받았습니다”라며 “오늘까지 입장 밝혀주시고 연락 바란다. 해촉 등 조치 연락 없으면 내일 현충일 행사장에서 천안함 유족, 생존장병들이 찾아뵙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일 만약 참석 않으시면 그다음은 저도 모르겠다”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 앞에서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가”라며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네”라고 했다.
사실상 천안함 자폭설에 힘을 싣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표가 논란이 되는 ‘음모론’을 줄곧 제기한 이래경 씨를 ‘전권’을 가진 혁신위원장에 선임한 걸 보면, 그 역시 그의 생각에 동조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민주당 혁신위는 ‘미치광이 혁신위’가 될 뻔했는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있다.
최고위원들조차 모르게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다면, 천안함 자폭설에 동조한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즉각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당내 비위 의혹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이 대표가 혁신기구 출범을 돌파구로 삼기 위해 성급히 낸 인사가 ‘참사’로 이어졌다는 데도 아무 조치를 안 한다면 그건 당 대표로서 자격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래경 씨는 이 대표가 2019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자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등 이 대표를 옹호하는 메시지를 계속 내왔다. 그가 자신을 지켜 줄 것이라 믿었다면 이 대표는 사람을 보는 안목도 없는 무능한 당 대표일 뿐이다. 정말 당을 위한다면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