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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일은 한 치도 어긋남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경기 수원지검에 출석했으나 검찰 조사 약 8시간 만에 '건강상 이유'로 조사를 중단하고 청사를 나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대표는 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제3자 뇌물혐의 피의자 조사를 받던 중 건강 문제를 호소했고, 조사는 약 8시간 만인 오후 6시 40분께 중단됐다. 결국, 애초 예정됐던 조사의 3분의 1정도만 마친 뒤 밤 10시쯤 청사에서 나왔다.
아마도 이 대표의 조사 중단은 단식 때문일 것이다. 곡기를 끊은 지 열흘째인 이 대표는 건강 악화로 장시간 검찰 조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일찌감치 나온 바 있다.
인터넷상에선 이재명 대표의 ‘출퇴근 단식’이 결국은 수사지연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누리꾼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검찰 탓이라고 한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검찰은 시종일관 시간 끌기식의 질문이나, 이미 답한 질문을 다시 하거나 기록을 남기기 위한 질문 등으로 시간을 지연했다"라며 "충분히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지만, 추가소환까지 요구하는 검찰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아니다. 수원지검은 당일 언론에 보낸 문자에서 "이재명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라고 비판했다.
물론 아직은 누구 말이 맞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그동안 이재명 대표의 검찰 조사 태도를 보았을 때 이 대표 측 주장보다 검찰 측 주장에 더 신뢰가 가는 건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9일 오후 7시부터 조서 열람을 시작했으나, 조서 120쪽 중 40쪽 분량만 확인한 뒤 조서에는 서명조차 하지 않고 2시간 40여 분 만에 열람을 중단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다시 소환해 조사하고 조서도 다시 작성해야 하는 딱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결국, 수원지검은 남은 조사를 위해 오는 12일 추가 소환조사를 요청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조사에 입회한 박균택 변호사는 "이 대표의 취지가 반영 안 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열람하는 의미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래서 열람을 중단하고 서명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 되었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도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출석 요구한 12일에 나머지 피의자 조사를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누구 말이 옳은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점은 검찰이 추가소환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건 이재명 대표다.
민주당 권칠승 대변인은 "검찰은 추가소환을 이미 염두에 두고 망신주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의 일방적 추가소환은 검찰의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만 강조될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다소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검찰 탓을 하고 나선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검찰 추가소환에 응하는 이재명 대표의 태도다.
이 대표는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오면서 12일 검찰 추가소환 요청에 "제가 무슨 힘이 있겠나. 무소불위의 검찰이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면 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면서도 "날짜를 협의해서 5번째든 6번째든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검찰이 요청한 12일에는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한 셈이다. 한마디로 검찰과 협의해서, 피의자가 가고 싶은 날을 선택해 출두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수사를 지연하려는 목적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런데 판사들이 그런 의도를 간파하지 못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수사 지연전술이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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