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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뜬금없는 단식 선언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노린 꼼수라면 일단 성공적이다. 당내 분위기는 그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는 모양새이다.
'사즉생 각오'를 밝힌 제1야당 대표의 '단식' 선언이 당내에서 동정론을 형성하게 되고, 결국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은 일찌감치 ‘체포동의안 부결 노림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 비명계도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단식 선언이나 강한 혐의 부인을 두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당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선결 조건으로 내건 '정당한 영장청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체포동의안 부결 명분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재명 대표 단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 상임고문까지 격려 메시지를 내면서 그간 계파 간 갈등에 신음하던 민주당이 본격 단일대오를 형성하는가 하면 동정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반대입장 천명, 국정쇄신과 개각 단행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했다.
문 전 대통령에 이어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 민주화 원로 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 8명은 그다음 날 이 대표를 격려 방문했고 정청래 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도 릴레이 동조 단식에 나섰다.
이런 분위기라면 비명계도 체포동의안에 선뜻 찬성표를 던지기 어려울 것이다.
당 대표가 곡기를 끊어가며 대여 투쟁 대오를 이끌고 '부당한 정치 수사'라며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는 마당에 무조건 가결 표를 던지는 건 가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찰도 며칠간이나 굶은 사람을 소환 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걸 노린 것이라면 일단 이재명 전략이 먹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과연 이런 전략이 이재명 대표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지 의문이다.
당장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선언하자마자 민주당 지지율이 폭락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27%로 지난주보다 5%p 떨어졌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민의힘은 전주와 동일한 34%로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7%p로 오차범위(±3.1%p) 밖으로 크게 벌어졌다.
권역별로 서울과 충청권은 물론 텃밭인 호남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총선의 승패를 가를 핵심 승부처인 서울의 경우 지난주 37%에서 26%로 11%p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같은 기간 7%p 상승했다. 대전·세종·충청 지지율은 33%에서 22%로 추락해 국민힘과의 격차가 21%p로 벌어졌다. 호남도 동요하고 있다. 광주·전라 지역의 지지율은 지난주 절을 넘긴 51%였으나 이번 주에는 43%로 내려갔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4.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에 따라 동정론으로 체포동의안 부결이 현실화할 경우 비명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계파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법리적으로도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것 같지는 않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 2(영장에 의한 체포)에서는 검사가 지방법원판사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또는 아니할 우려가 있을 때)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 대표가 특별한 사유 없이 출석에 불응한다는 점을 체포나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사유로 제시할 수도 있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노린 꼼수 단식이 결과적으로 이 대표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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