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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을 강행할 경우,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나왔으나 정부와 여당은 이런 우려를 귀담아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일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라면서 “만약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이 일어나면 (그때 가서)법을 고치면 된다”고 황당한 말을 하기도 했다.
한국GM이 최근 정부와의 회동에서 노란봉투법 강행 시 '본사의 한국사업장 재평가'를 거론한 것은 한국 철수를 본격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GM 비자레일 대표는 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에 대한 기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자동차·조선·철강분야 최고경영자(CE0)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한국은 이미 노사 리스크가 큰 국가'임을 강조하며 "본사로부터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강력하게 재고를 요청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구체적으로 철수라는 단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아시아 핵심 생산기지였던 한국GM의 역할을 더는 수행할 수 없다는 뉘앙스였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국GM의 모기업인 미국 GM은 2013년 호주에 이어 2015년 인도네시아와 태국, 2017년 유럽과 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한 바 있다.
한국에서의 철수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GM은 2019년 한국GM 군산공장 문을 닫으며 이미 사업을 축소했고, 현재 사업 유지 시한은 내년까지 2년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노란봉투법 때문에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우리 국민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이 그 대가로 민노총에 노란봉투법이라는 선물을 안겨주는 대신 국민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 거리로 내몰리는 끔찍한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이었으나 당시에 이 법안을 강행처리 하지 않은 것은 이 법안이 너무나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사용자 범위 확대’를 통한 원·하청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으로 ‘노동쟁의 범위 확대’ ‘손해배상책임 제한’ 등으로 구성된다. 해당 법안이 경제계를 압박하고 기업에 불리한 여건을 조장할 것이라는 불 보듯 뻔하다.
특히 기존에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과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사항에서 제외됐는데, 개정안 시행 시 이러한 내용도 단체교섭 사항에 포함된다. 한마디로 해외투자, 공장증설, 인수합병, 구조조정 등도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기업이 장기적 안목으로 해외투자나 공장증설 등을 추진하려고 해도 노조가 발목을 잡으면 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연히 노사분쟁이 심화할 것이고 한국은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로 낙인이 찍히고 말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담고 있는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동쟁의 개념 확대는 특히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우려가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즉각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에 대해 유감을 밝힌 것은 이런 우려 탓이다.
그런데도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를 밀어붙이고 말았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계속해서 큰 폭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벌써 50%대 초반대로 ‘뚝’ 덜어진 결과까지 나오기도 했다. 40%대로 떨어지면 조기 레임덕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할 텐데 대체 어쩌자고 이런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인가.
민노총에 보은하려다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 법안의 문제를 의식해 문재인 정권에서 민주당이 추진하지 않았듯, 그래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듯, 이재명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로 재계가 제시한 수정안이 대폭 반영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국민도 살 수 있다. 또 그래야만 정권도 유지될 수 있다. 이걸 못하겠다면 정권은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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